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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Mar 25. 2021

더 이상 이런 장면은 바라지 않아도



어떻게 해서든 바른 각도를 찾는 것이 오랫동안 참 중요한 일이었나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자기 객관화는 참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실상 뱉은 말과 행동은 쉴 새 없이 다르게 표현된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생각할 틈도 없이 신념대로 살다가 영영 모른 채 '본인만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이렇게 황당하게 끝나기도 하고...



참 우스운 일이지만 수십 년 동안 내가 생각한 나는 너무 관대한 사람이었다. 대부분 '그럴 수도 있지." '사정이 있겠지.' 적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유연한 인간의 유형이었다. 또 주변에 '나는 참 관대하지 않니?' '모든 것에 마음이 열려 있잖아?' 이렇게 종용할 때면 대부분 끄덕이니깐 그런 줄만 알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무심코 휙 던지는, 예를 들면 '너는 다 반듯한 사진들만 올리잖아.'라든가 '너는 맛없는 건 보는 것조차 싫어하잖아.'와 같은 말들에서 내가 정말 그렇다고? 의문을 품게 된 건 뜻하지 않은 발견이었다. 사진 하나를 찍더라도 삐뚤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오면 몇 번이고 똑같은 사진을 찍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깐. 차가 지나가든 사람들이 어깨를 치든 어떤 건 구름이 마음에 안 드니깐 행인이 찍혔으니깐 모든 것이 보기 좋았을 때 마침내 찾게 되는 마음의 안정...




나는 참... 나를 모른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회사 내 창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블라인드를 올리지 않는 사람. 바깥을 잘 보지 않는사람. 그래서 눈이 오는지 날씨가 흐려졌는지도 몰랐던 사람. 

아... 나는 밖을 잘 안 내다보는 사람이구나. 처음으로 발견한 새로운 모습. 




프랑스 파리, 비슷하게 찍은 사진이 수십 장임에도 불구하고 삐쭉 나온 나무, 그림자, 구도를 생각하느라 잊고 있던 추억을 뒤늦게 꺼냈다. 생각하는 노부부의 여유로운 모습에 이제야 저렇게 늙고 싶다는 바람을 알아차린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왠지 겸언쩍던 이런 말들도 필요한 곳이 있겠구나 되뇌어 본다.


참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새롭고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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