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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s Jang Mar 18. 2021

행복에의 강요

기분이 좋다는 건지, 성취감 또는 충만함을 느낀다는 건지 

행복하다는 감정이라는 게 명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우연히 또는 꾸준히 행복을 강요한다.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 일을 하고, 순간의 행복을 위해 맛있는 것을 먹고 친구를 사귄다.

취미를 가지기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갖기도 하며 물론 사랑도 한다. 

어떤 이들은 무엇을 하나 더 얻어야지 행복하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무엇을 하나 더 버려야지 행복하다고 한다. 


인생의 단계별로 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강요하고 그런 것들을 충족시키면 조금 더 행복하다고도 했다.


주말에 마트에 혼자 가면 쓸쓸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족들은 다정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였다. 어쩌다 까르르 웃는 표정들을 보면 괜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별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을 보냈다. 일어나고 싶은 때 일어나 집안을 어슬렁 거리다 밥을 먹고 잠이 들었다. 책을 읽는다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일들도 하지 않았다. 뭔가를 크게 깨달을 만한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니고 마냥 조용하기만 한 며칠의 밤을 그냥 흘려버렸다. 초조한 마음도 없이 그저 며칠이고 목표도 없이 욕심도 없이 지냈다. 


이렇게 지내는 것도 꽤 괜찮은데? 어떻게 매일매일이 특별하다는 희망으로 살 수 있나.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날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누군가가 미리 좀 알려줬으면 매번 달음질하면서 애쓰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더 이상 혼자 마트에 가는 것도 쓸쓸하지 않았을 텐데, 어떠한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라고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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