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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May 11. 2022

식물의 '순환'을 생각한 플랜테리어 회사

플랜테리어 디자인 그룹 마초의사춘기

작년 가을, 집 안에 반려식물을 들였습니다. 이름은 크루시아와 문샤인. 화원에서 키우기 가장 쉬운 식물을 달라고 요청했죠. 식물을 죽게 만든 전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번 식물은 무럭무럭 잘 자랐지만 크기가 너무 커져버린 바람에 감당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분갈이는 어떻게 하는지, 크기가 작아 사용할 수 없는 화분은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지를 알아보다 오늘 소개해드릴 브랜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가든어스'.


가든어스는 식물 정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방치되어 버리기 아까운 화분에 새 생명을 담아 보내주는 환경 순환 프로젝트부터 초보 식물 집사들도 키우기 쉬운 식물을 선정해 간단한 식물 관리법을 알려주는 서비스죠.


가든어스는 더현대서울과 젠틀몬스터까지 사로잡은 '마초의사춘기' 김광수 대표의 세컨드 브랜드입니다. 오피스와 상업공간을 꾸미는 마초의사춘기는 B2B 회사, 일반 고객에게 식물을 추천하고 관리해주는 가든어스는 B2C회사라고 할 수 있죠.


식물과 자연에 관심이 많은 제 눈에 들어온 김광수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김광수 대표 / 폴인


패션 디자이너에서 '가드너(gardener)'가 되기까지


김광수 대표는 발망에서 여성복 디자인을 맡은 패션 디자이너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순전히 우연이었죠. 정시에 퇴근한 적도 없고, 집에선 잠만 자는 무료한 일상이 반복될 무렵 삭막한 집을 바꾸기 위해 식물을 들인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식물이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은 그에게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주말엔 농장에 가서 '이번엔 어떤 식물을 들일까?' 고민하는 것도 낙이었죠. 그런 그였기에 회사를 관둔 후 식물과 관련된 일을 시작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즐거운 취미 정도였던 일이 어느새 본업이 된 것이죠.


하지만 김광수 대표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땐 '플랜테리어'라는 단어도 등장하기 전이었습니다. 당연히 조경 관련 전문 지식도 구하기가 어려웠죠. 답답한 마음에 해외 서적을 일일이 찾아 공부하고 가드닝 클래스까지 섭렵한 그는 1년 뒤에 자신만의 교본까지 만들 수준이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왜 관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김광수 대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2018년 '마초의사춘기'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됩니다.


마초의사춘기 로고 / 시선뉴스


Ⅰ. 마초의사춘기


독특한 브랜드명은 이렇게 탄생했다


인상 깊은 브랜드명은 김광수 대표의 치열한 고민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여성이 많은 시장이라 차별성을 둬야 했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마초'라는 키워드가 나왔죠. 하지만 마초는 너무 강한 이미지라 좀 더 섬세한 작업을 한다는 뜻까지 담고 싶었습니다. '마초도 섬세했던 적이 있었겠지? 사춘기에는 그러지 않았을까?' 우리는 기존과는 다르다, 하지만 섬세하다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명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마초의사춘기는 플랜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단순한 조경회사가 아닌 이유는 김광수 대표의 디자인 경험 때문입니다. 그는 삼성 제일모직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식물을 패션처럼 브랜드화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식물도 멋진 콘텐츠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때문에 마초의사춘기는 가구, 도예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식물을 패션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처럼 연출하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단순히 공간에 식물을 채워 넣는 걸 원하는 회사를 넘어 여러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보고 살 수 있는 식물이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보이게끔 제작 방식부터 공간까지 모두 큐레이션 하기 때문입니다.


마초의사춘기 홈페이지


젠틀몬스터를 식물로 채우다


마초의사춘기는 3월 18일부터 4월 30일까지 젠틀몬스터와 협업한 '젠틀가든'을 선보였습니다. 전체 연출에 참여한 건 물론이고,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 블랙핑크 '제니'와 식물이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질지도 고민했죠. 제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부터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스팟 포인트까지 세밀하게 설계했습니다. 마초의사춘기에는 디자이너 출신의 팀원이 많습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르고 감각이 다르기에 모든 팀원들의 강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젠틀가든 / 서울경제


유지관리까지 담당하는 플랜테리어 회사


마초의사춘기는 또 다른 차별성은 하나의 회사가 공간 기획과 시공, 사후관리까지 모두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덕분이죠. 때문에 마초의사춘기의 모든 공간은 기획 의도가 분명합니다.

게임 회사 크래프톤에 연출한 공간도 같은 맥락입니다. 단순히 의뢰를 받아서 작업을 한 것이 아닌 '왜 이 공간에 식물이 있어야 하는가?'와 같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에서 접근했죠. 크래프톤의 유명한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소재로 삼아 층별로 각각 다른 컨셉을 잡았습니다. 습지 컨셉, 사막 컨셉, 열대우림 컨셉 등. 방대한 공간에 마초의사춘기 직원들을 작업 기간 내내 넋을 놓았다고 하지만 그 때문에 훌륭한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식물의 유지까지 담당하는 회사답게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크래프톤 사무실에 방문해 직접 물도 주고 자리도 바꿔가며 섬세한 관리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직원들 또한 내가 기획하고 연출했던 공간이 현장에서 100%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더 많은 경험치를 쌓게 되죠. 마초의사춘기만의 경쟁력은 바로 이런 섬세함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예입니다.


크래프톤 내부 정원



Ⅱ. 가든어스


식물 폐기물을 고민하다


김광수 대표의 세컨드 브랜드 '가든어스'는 식물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플랜테리어 작업이 끝난 후엔 시들고 말라비틀어진 식물을 버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데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작업했던 식물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공간 연출에 사용했던 식물을 무료로 나눠드렸고, 관리 방법까지 알려드리며 수요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있으며 보호하고 싶은 마음까지 있다는 것을 말이죠!


AK플라자 분당점에 위치한 '가든어스 플랜트 호텔'


식물도 순환이 됩니다


가든어스에는 두 가지 서비스가 있습니다. 호텔처럼 체크인을 하고 식물을 맡기면 전문지식을 가진 가드너가 식물을 관리해주는 '플랜트 호텔'과 식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유지 방법을 알려주는 '플랜트 라이브러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두 가지 서비스는 모두 식물이 버려지지 않도록 '식물 순환'이라는 모토 아래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식물에 애정이 있어도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식물이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가든어스는 '식물을 잘 몰라도 조금만 공부하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었습니다.


"식물을 통해 얻은 치유의 감각을 전달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한 공간의 연출을 위해 많은 식물이 버려지는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으니 버리겠다니, 이런 방식으로 운영해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만약 식물이 아닌 동물이었다면 더 큰 이슈가 됐을 것 아닌가. 이런 문제의식을 환기하고 싶어 만든 것이 가든 어스다. 작업 후에 남은 식물을 모두 수거해 사람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일종의 순환이 이뤄지도록 했다."

|김광수 대표, 매거진 디자인 인터뷰 중


AK 광명점 1층에 위치한 ‘플랜트 랩’ 매장 모습 / 환경과조경



기업과 고객 모두가 원하는 식물 문화를 만들다


김광수 대표는 앞으로 기업 컨설팅에 더 큰 무게를 둘 계획이라고 합니다.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니즈에 따라 ESG* 경영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 파급력에 따라 기업과 손을 잡는다면 식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데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란 김광수 대표의 기대가 돋보입니다.


*ESG :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로, ESG경영이란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경영 활동을 말한다.


GS에너지플러스 허브 내 가든어스 플랜트 스테이션 / 마초의사춘기


이런 니즈로 인해 마초의사춘기는 2020년부터 GS칼텍스와 협업해 GS에너지플러스 허브 주유소에 '가든어스 플랜트 스테이션'을 운영 중입니다. 식물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인데 부피가 큰 화분도 차로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주유소라는 넓은 공간을 활용한 것입니다. 집에 방치해 놓은 식물을 이곳으로 가져오면 다시 잘 관리해 원하는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입양을 보냅니다. 이러한 '순환' 과정으로 '친환경''지속 가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공간이죠.


월간 플로라


반려 식물 문화의 선두주자를 꿈꾸다


마초의사춘기는 2018년 식물 판매와 콘텐츠 촬영으로 매출 약 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작업 의뢰가 많아져 2019년에는 약 4억 원, 2020년의 매출은 10억여 원이었습니다. 2021년엔 3분기까지 15억 원을 기록했으며 창업 이후로 계속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김광수 대표는 사람들이 식물을 많이 접하고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반려 식물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 사람들이 식물과 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죠. 마초의사춘기는 플랜테리어라는 작업으로 비주얼을 담당하고, 가든어스는 식물의 아름다움이 건강하게 지속되도록 도울 것입니다.


"식물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단순한 기성품이 아닌 살아있는 식물을 더욱 건강하고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현명한 식물 구매가 필요하다. 그런 부분을 저희 마초의사춘기에서 채워드리고 있으니 주저하지 마시고 연락 주셨으면 좋겠다. 또한, 향후에는 많은 공간들이 식물을 통해 보다 다양해지고 건강한 디자인으로 완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우리 마초의 사춘기가 있기를 기원한다."

|김광수 대표, 시선뉴스 인터뷰 중




스투키도 죽여 본 저로서는 한때 식물은 특별한 사람만이 키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집이라던지, 베란다나 테라스가 있는 집이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도 있었죠. 하지만 김광수 대표를 통해 식물도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특징을 알고 키우는 방법 또한 배워야 하는 반려식물임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을 단순히 인테리어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전시가 끝난 뒤에도 사용할 수 있는 순환까지 생각하는 점에서 김광수 대표의 식물에 대한 사랑까지 느낄 수 있었네요. '마초'라는 단어가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김광수 대표가 소신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공간을 만들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이 마초스러움(?) 때문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앞으로 마초의사춘기에서 선보일 다양한 식물 문화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자료출처

식물에 미쳐 패션 대기업 퇴사한 이 남자는 결국

마초의사춘기, 더현대서울·젠틀몬스터 사로잡은 비결

마초의사춘기 김광수 대표

플랜테리어 디자인 그룹 마초의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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