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레스트 May 02. 2023

사모의 회복 탄력성

사모 에세이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회복 탄력성이란 크고 작은 역경과 시련,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합니다.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은 '그 어떤 어려움도 겪지 않고 평안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어려움이 와도 그 어려움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 많아질 때입니다.


저는 찬양을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교단에서 진행하는 달란트 대회에도 자주 참석했고, 중학생 때부터 찬양팀 싱어를 섰습니다. 청년부에 올라가자 '찬양인도자'라는 자리가 주어졌습니다. 찬양을 하며 하나님을 만났고, 찬양을 통해 하나님을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사모가 되니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저의 자리는 강대상 위가 아닌 교회의 맨 뒷자리가 되었고, 찬양인도는 커녕 싱어의 자리도 설 수 없었습니다. 제 마음속에선 두 가지 생각이 엉켰습니다. '왜 사모는 봉사를 하면 안 되는 거야?'와 '꼭 앞에서 싱어를 해야만 은혜를 받는 건 아니잖아'. 예배를 드릴 때마다 제 마음속엔 갈급함이 넘쳤습니다. 앞에서 찬양인도를 하는 남편이 부러웠던 적도 많았고 왜 나만 생각을 바꿔야 하는지 억울했습니다.


사모가 되고 일 년 동안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저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예배가 은혜가 되지 않았고, 마음속엔 나를 사모로 부르신 하나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찬양팀 싱어와 함께 찬양인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회는 평신도든 사모든 자신의 달란트를 하나님 앞에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청년의 때 못지않게 교회 안에서 저의 달란트를 사용하며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습니다. '나의 달란트를 마음껏 발휘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 제목을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봉사를 하지 못하는 교회를 가게 되도 저는 예전보다는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제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모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마음에 여러 가시가 박혀 조금은 예민하고 날카로운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사모님들 중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사모의 자리' 정말 어렵고 고된 자리이기만 한 걸까요?


15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에 오른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서 비관적인 생각에 대한 이러한 설명이 있습니다.


'뇌가 비관적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면, 아무리 좋은 일을 경험해도 비관적인 방식으로 취사선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비관적인 사람은 나쁜 일에 대해서는 하필 나에게 그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며, 모든 면이 다 좋지 않다는 식으로 확대해서 생각한다.'


사모의 자리를 마냥 어렵고 고된 자리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런 생각이 마음에 자꾸 쌓이게 되면 오히려 좋은 상황도 안 좋게 보이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교제하게 되어 나의 신앙이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비관적인 마음은 비관적인 상황을 불러일으킵니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진짜 누구 봐도 어려운 상황인 것인지, 아니면 그간 겪은 경험 때문에 좋은 상황도 안 좋게 보는 비관적인 생각 때문인 것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만약 혼자서 그렇게 생각할 힘이 부족하다면 나를 사모로 부르신 하나님, 그 하나님 자체를 믿고 신뢰해 보세요.


하나님이 사모를 어려운 자리로 몰아넣으시는 이유는 하나님만을 바라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봉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면 하나님을 찾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을 찾았고, 기도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사모의 시작이 혼란스럽고, 주어진 상황이 어렵기만 할 때 하나님께 씨름하는 시간이 나를 조금 더 성장하는 사모가 되게 만들어줍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우리를 잘못된 자리로 인도하지 않으십니다. 내 앞에 주어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래서 너무 힘들고 고되다면 그만큼 나를 달련시켜 더 좋은 자리로 인도해 주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길 소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