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 죽는 게 뭐라고

2018-05-16

by a little deer
생활은 수수하고 시시한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런 자질구레한 일 없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p.221.


갑자기 도쿄에 너무 가보고 싶다. 그저께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도쿄 편을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 기세를 몰아(?) 어제는 새벽에 <Lost in translation>을 다시 봤는데('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제목은 어쩐지 안 어울린다) 내용을 떠나 새삼 감탄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스칼렛 요한슨의 미모라든가 패션이라든가 미모라든가 미모라든가... 일본의 어떤 정서랄까 문화는 너무 모르겠고 싫은 부분이 있는데 - 물론 한국도 중국도 미국도 프랑스도 그렇긴 하다, 난 싫은 게 많은 사람이라서(?) - 그래서 매력적인 것도 있겠지 싶다. 사람도 그렇잖아? 블라블라블라.


사노 요코의 책은 어떤 걸 읽고 어떤 걸 안 읽었는지 몰라 둘 다 꺼냈는데 핑크(사는 게 뭐라고)가 읽은 것, 블루(죽는 게 뭐라고)가 안 읽은 거였네. 핑크 책이 특별한 것은 우리 수수 이름을 저 문장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물론 작명에 다른 것도 -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Sidewalls)>(아 이것도 한국어 제목이, 흠)에 등장하는 강아지 이름도 수수 - 참고했지만, 아무튼 수수깡 할 때 수수, 수수한 사람 할 때 수수, 우리 수수. 둘째는 시시가 될 뻔하였지만, 어감 때문에 고민하다가 보리가 되었다. 궁금한 사람 별로 없을 곡물 형제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아무튼 핑크 책을 다시 읽는데도 앞부분부터 재미있어서 웃음이 난다. 물론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p.14.'라든가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지갑에 돈을 넣고 다니는데, 모두들 어디서 돈을 조달해 살아가는 걸까. 일해서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한테 빌붙어 살거나 돈을 벌기 위해 일하겠지. 부모의 유산으로 한평생 놀고먹는 사람은 정말로 드물다. 다들 건강하기도 하지. p.34.', '내 가족은 텔레비전임에 틀림없다. p.38.', '정말이지 인간은 쓰레기만 만들어낸다. 우주에는 회수할 방도가 없는 인공위성이 5천 개도 넘게 쓰레기가 되어 떠돌아다닌다는데 어쩔 셈인가. p.42.' 같은 부분을 읽으면서 웃다가도 한숨을 쉬게 되지만.


수수하고 시시한 생활이나마 이어나가는 것. 사는 게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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