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

2018-09-27

by a little deer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시를 쓰고 싶은 강한 충동에 떠밀리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감정이 단호한 의지로 굳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시를 쓸 때만큼이나 자연스럽게 감정이 어디로 향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을 늘 알지는 못한다.) 이제 소재를 최대한 활용해 시를 쓴다. 필요하다면 타인에게서 빌거나 (아무 문제없다.) 만들어낸다. (역시 문제없다.) 내가 아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 한계 내에서 글을 쓴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내가 궁극적으로 찾아내는 목표는 처음에 내가 인지한 목표와 크게 다르다. 어느 해법이든 새로운 선택을 내포하고 선택은 예외 없이 새로운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역시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야 하며 그 과정은 무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시인은 마음속으로 시가 궁극적으로 다다른 곳을 바라보며 그때마다 놀라고 만다." p.56-57.


어젯밤 기차 안에서 진도가 좀 나갔다. 그때 새겨둔 문단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법한 문장들이다. 그리고 시를 인생으로 바꾸어도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그때마다 놀라고 만다'는 점이 특히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야근하고 집에 오니 열두 시. 사랑스러운 보리의 수다는 끊이지 않고, 나는 약간의 두통과 메스꺼움을 느낀다. 씻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천천히 단어를 쓰면서, 마음은 생각은 저 멀리로 날아간다. 지금 다다른 곳은 어디쯤일까. '쉬고 또 쉴 수만 있다면.'


이번 주말까지 이 책을 다 읽어야지. 수많은 인물과 역사적 사실이 등장하는 바람에 초반에 좀 헤맸지만(게다가 발신자와 수신자가 다양한 서한 형식),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덕분에 주인공인 '옥타비우스 카이사르'를 검색해보고 갑자기(?) 세계사 공부도 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 동안 가장 느긋하게 집중해서 독서를 한 장소가 바로 기차에서였다. 소파도 침대도 아니고. 우습게도.


0927.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