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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little deer Feb 24. 2019

아침의 피아노

2019-02-24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내게는 이 삶에 성실할 책무가 있다.

그걸 자꾸 잊는다. p.24.


오랜만에 책을 주문했다. 조금 읽다가 덮어둔 책이 아마 내 키만큼 쌓여 있지만, 그래도 새 책을 펼치는 것이 좋으니 어쩌겠누. 이 책은 마침 하동소보루 민박 회장님이 인스타그램에 인용해둔 페이지를 보고 장바구니에 넣었더랬다.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p.119.' 입으로는 시금치를 쑤셔 넣으며, 무릎 위에 앉은 수수의 응석을 피해 가며, 눈으로 후루룩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슬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p.14.' 그런데도 나는 툭하면 바보같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슬퍼지는 것이다. '마음껏 운다는 건 마음껏 사랑한다는 것이다. 생 안에는 모든 것들이 충만하다. 눈물도 가득하고 사랑도 가득하다. p.85.' 그러니까, 나는 지금 여기 살아 있기 때문이다. 자꾸 까먹기는 하지만.


아침부터 죽음을 생각하면서, 역시 하동소보루 민박 회장님의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낄낄' 웃으며 꼭 읽어봐야지 했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을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슬프기도 하고 어쩌면 별 것 아니라서 우습기도 한 것이 죽음인가 보다, 하면서. 그런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두었다.


물가에 앉으면 말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현자가 현자를 만나면 왜 말없이 차만 마시는 줄 이제 알겠다. 존재의 바닥에 이르면 거기는 고요이지 침묵이 아니다. '고요의 말'이 있다. 누가 어찌 살았던 그 평생은 이 말 한마디를 찾아 헤매는 길인지 모른다. 사실 누구나 구도자다. p.51.


잠언과도 같은 글. 나도 후루룩 읽을 것이 아니라 조금씩 아껴 보아야겠다. 당연히 후루룩 읽을 것은 따로 준비해뒀지. 읽으면서 마음껏 낄낄 웃을 예정이다.


+ 참, 똑같이 매일을 기록하는 형식이지만 - 나는 남의 일기에 몹시 관심이 많다 - 이 책은 부제처럼 그야말로 '애도 일기'. 반면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는 먹고사는 기록이네. 허허, 그렇다면 '책과 아침'은 짬뽕으로다가? (왜 이러는지...) '이 기록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써진 사적인 글들이다. 이 글은 때문에 책의 자격이 없다. 하지만 한 개체의 내면 특히 그 개인성이 위기에 처한 상황 속 개인의 내면은 또한 객관성의 영역과 필연적으로 겹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p.281.' 작가의 말을 읽다가, 내 '일기'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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