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 little deer Mar 29. 2019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2019-03-29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p.131.


한참을 아무것도 읽거나 쓸 수가 없었다. ‘책 제목만 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몇 날은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두긴 했지만, 언제 빛을 보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아, 마음이 안 좋아서는 아니고 너무너무 바빴다! 핑계는 됐고, 너무 오랜만에 일기를 쓰려니 뭐라고 써야 할지 까먹을 지경. 그러니까... 오늘은 금요일이고, 12시까지 출근하면 되니 조금 여유가 있어 아침을 챙겨 먹는다. 어제는 웨딩 촬영을 했는데, 전날 꽃집에 주문한 부케와 센터피스를 아침에 픽업해 멀리 렌털 스튜디오까지 가져갔더랬다. 그러니까... 예뻤더랬다. 그래서 뭐, 그랬다는 말이다.


그렇게 많던 할말이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두었는지, 도통 생각이 안 난다. 흘러가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괜찮은 것 같다.

       

밤에 강가에 나가면 강에서는 빛이 난다.
튀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빛이다.
나는 어릴 때
별들은 물속에 살다가 하늘로 가는가,
하고 물었다. p.59.




작가의 이전글 아침의 피아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