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교열 중

2018-05-20

by a little deer
이와 달리 매우 세련된 산문을 구사하는 작가를 만나면 내가 그 글을 읽으면서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존 업다이크, 폴린 케일, 마크 싱어, 이언 프레이저! 어찌 보면 이런 글이 가장 어려웠다. 읽으면서 내가 만족감에 도취됐기 때문이다. 그들의 글은 교열자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흠잡을 데 없는 원고에서 내가 끼어들 기회를 찾기 위해 계속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다 뭔가를 놓친다면 그것을 변명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p.67.


또 늦게 잠들고 말았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스페인 편 2 재방송을 보느라 그랬다. 돈키호테의 후예들. 컴컴한 방구석의 티비 앞에 앉아 한참을 낄낄댔다. 좋은 것도 많고 표현도 많이 하는, 순수하고 귀엽고 즐거운 사람들인 것 같다. 부럽기도 하지. 웃음을 줘서 고마와요. 어쩌면 이 도시에서 그런 건 귀하거든요.


또 잠이 안 오는 새벽에 주문한 책이 어제 왔다. <뉴요커>의 교열자 '콤마퀸' 메리 노리스의 책은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미 마음속 장바구니에 넣어뒀었지! '그녀는 내가 교열자라는 말을 듣자 움찔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하이픈으로 찌르거나 콤마 한 상자를 강제로 먹게 만들 사람을 만난 듯이. p.51.' 휘리릭 넘겨보다가 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유머와 위트는 정말이지 소중한 것 아닙니까. 진지한 사람들의 이런 귀여운 면에 나는 늘 홀딱 반하고 만다.

어찌 됐든 명랑하게 사는 것, 그게 나의 좌우명이었잖아. 더 웃게 해 줄게, 그동안은 좀 미안했어. 아프고 슬프고 고단하기만 한 날은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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