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6
하필 네가 친구와 노느라 집에 늦게 들어온 날,
나도 모르게 네 이불에 실수를 했어.
네가 늦어서 그런 게 아니야.
네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오줌이 나오는 걸 참지 못한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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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심을 느끼지 않아요 ]
사람의 감정을 고양이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복수심'인데, 고양이는 복수심을 느끼지 않아요. p.26.
코로나 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했다가, 다시 출근을 했다가, 이번 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긴급 조치로 재택근무를 했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또 출근. 일기를 쓰지 못하는 사이 또 수많은 날들과 일들과 생각이 흘러가버렸다. 그러고 보면 새삼 하루도 같은 날은 없구나, 하고. 매일이 새 날, 새 출발이네. 오늘만 사는 것 같은 암울한 나날들이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 가지씩은 즐거우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또 이런 상황이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다들 지루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견디려고 이런저런 애를 쓰는 거겠지. 지루한 일상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 현실은 무섭지만 그렇게 마음먹으면 조금 홀가분해지기도 한다. 새벽에 갑자기 지진이 나서 단 몇 초 만에 지구가 망하는 꿈을(!) 꾸고는 놀라서 깼는데 - 마치 영화나 만화의 한 장면처럼 말도 안 되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 지금 생각하니 너무 웃기지만 극심한 공포는 남았다. 사실 요즘은 오늘 갑자기 지구가 망한 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별 수 없지, 그냥 오늘을 살아야지, 그리고 '존버'다.
1월에 요가를 재등록해서 한 달을 다닌 뒤, 다시 가지 못 하고 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야외에서 하는 테니스를 등록했다. 버킷리스트에 오래 머물러 있던 거라 어쩐지 속이 시원한 기분. 일주일에 두 번, 한 타임에 5~6명 정도 함께 하는 그룹 레슨이라 진도가 엄청 빨랐다. 첫날에 포어핸드, 백핸드를 모두 배웠다. 그러나 2회 수업을 들었을 뿐인데 지난주에 비가 와서 수업이 취소되고, 이번 주도 어제(금요일)는 우천으로 취소. 대신 보강 수업 신청하는 데 일정 맞추느라 힘들었다. 내일 아침에는 부디 수업이 취소되지 않기를. 다음 주 금, 토, 일 연속으로 테니스만 주야장천 치게 생겼네. 룰도 용어도 잘 모르지만 그냥 몸을 움직여 따라 한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몰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자, 가 요즘 내 모토다. 그렇게 5월도 지나고 있다.
오줌으로 노랗게 얼룩진 이불을 보고
네가 짜증을 냈어.
그 소리에 놀라 책상 밑에 웅크려 앉았어.
큰소리에 놀라고 어리둥절한 마음에 겁이 나.
단지 소변이 급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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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요 ]
고양이는 많은 실수를 하지만 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요.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면 실수를 안 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