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투안 두옹

2018-05-25

by a little deer
이 때다!
숲 속 나무 사이로 햇살이 줄곧게 뻗어 나오고 있었다. 얼른 카메라 렌즈로 그 햇살을 잡는다.
'투안'의 걸음이 멈췄다. p.11.


며칠 전 밤에 갑자기 투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성형외과 의사가 되었다고 했는데, 지금도 파리에 살고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지낼까.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지만 - 트위터에 그녀로 보이는 계정은 있었지만 활동은 하지 않는 것 같다 - 소식을 알 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중고로 나온 책을 주문하고 잠들었는데 어제 도착. 그렇다, 투안 두옹은 내 친구도 한때나마 알고 지내던 사람도 아니고 바로 저 책 표지의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 덕분에 나는 아주 귀하고 소중한 친구를 만났다.


2004년 5월 8일 오후에 투안 두옹의 사진을 보러 갔었다. 전시는 인사동에서 열렸던 것 같다. 비가 조금 왔었나? 아무튼 거기 전시장 앞에서 올리 언니를 처음으로 만났다. 약속을 해놓고 기다리면서 설레던 기분이란! 내가 파도를 타고(싸이월드 시절!) 건너가 인사를 하면서 - 이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서퍼가 되어 바닷가에 서 있는 언니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도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는 장면이네? 언니는 이미 바닷가에 살고 있으니까 내가 뉴질랜드에 가서 서핑을 배우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 우리는 서로를 알게 됐다. 오늘이 2018년 5월 25일이니까, 그러니까 벌써 14년이 되었구려, 허허. 그날 찍은 사진 밑에 언니는 이렇게 써두었다. '웃는 눈이 사슴보다 더 예쁜 이 아이. 이름은 나와 같다. 이.지.영. 네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투안을 잊을 뻔 했어. 오후의 짧은 만남 때문에 힘이 났지. 고마워. 작은 사슴.' 다정하기도 하여라. 한결같이 그렇다.


책에 적힌 것처럼 77년생인 투안은 이제 마흔이 넘었을 것이다. 그녀의 삶이 아름답고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작가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아니, 솔직하고 단순하게 말하고 싶다, '싫다'. 투안의 아름다움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글을 조금 읽다 보면 역시 전형적이고 뻔하다는 생각만 든다. 그 시대 (한국 중년 남성) '예술가'의 자아도취적인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또 어떤 부분은 참 촌스럽고 후지고 못났다. "언니,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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