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그림일기

2018-05-26

by a little deer
5월 25일
장군이는 집고양이로 나와 오랫동안 함께 살았고, 흰둥이는 우리 집을 영역 중 하나로 둔 길고양이였다가 유야무야 우리 집 마당에 정착했다. 그게 벌써 몇 년이나 되었는데, 장군이는 흰둥이를 조금도 받아 줄 생각이 없다.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관계인데, 올해 들어 몇 번 같이 밤 외출을 했다. 오늘은 둘이 똑같이 귀가 까매져서 돌아왔다. 외출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p.37.


비교적 일찍 잠들고 열한 시쯤 깨서 (백만 번 고민하다가) 요가를 하러 갔다. 토요일 오전 수업은 오랜만. 자다 일어나 눈은 똥똥 붓고 머리는 산발인 채로 옷만 갈아입고 튀어나갔는데, 나만 빼고 모두들 말끔한 모습이라 쫌 부끄러웠다. 평일 저녁 마지막 타임의 두 수업(힐링/테라피 요가와 소도구 필라테스)만 거의 듣다가 빈야사 수업을 들으니('활기찬 속도감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아사나로 몸 안의 여러 근육들의 힘을 길러줍니다') - 사실 동작은 딱히 다를 것도 없지만 - 그야말로 땀이 줄줄. 끝나고 (토요일 오전 요가의 루틴인) 근처 카페로 가서 아이스 화이트 커피를 한잔 마시며 숨을 고른 뒤 집에 와서 아침을 먹었다. 땀 흘린 뒤 먹는 건 언제라도 꿀맛이다.


어제저녁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수수가 자고 있는 침대로 보리가 다가가더니 옆에 딱 붙어 누웠다. 잠이 올 때 나한테 와서 그러는 것처럼.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둘은 정말 성격이 확연히 다른데, 고양이에 대해서라고는 까맣게 몰랐었던 처음에는 그게 너무 신기했다, 당연한 일인데도. 그야말로 장군이와 흰둥이처럼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해 잘 지내는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 인간이나 고양이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은 창가에 나란히 누워 햇볕을 쬐며 졸고 있다.


보리가 일어나더니 기지개를 쭈욱 켠다. 요가의 ‘다운 독’ - 처음에는 쉬운 것 같았는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희한한 자세 - 자세다. 크, 너무 완벽한 거 아니니, 인간이 감탄하거나 말거나 고양이는 하품을 하며 자세를 바꿔 눕는다. 편안하고 느긋한 토요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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