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2018-05-09

by a little deer
진정한 사랑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고양이에게 점점 더 집착하면서도 충분한 존경심을 보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치토스와 같은 생명체를 보면서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은 '귀여워(awwwww)'가 아닌 경외(awe)일지도 모른다. p.23.


안 그래도 요즘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데, 새벽에 또(!) 수수와 보리가 미친 듯이(말 그대로) 뛰어다니는 바람에 더 늦게 잠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내 배를 엄청난 순간 속력으로 달리면서 밟고 지나가고 서로 쫓아다니는 건 기본이고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부수거나 해서 층간 소음으로 쫓겨날까 불안하게 만들며 보리의 경우는 ('우리 애가 의사 표현이 확실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른다 - 운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소리를 지른다는 게 맞다. 결국 알람 맞춰놓은 시간보다 한두 시간 더 잤지만 머리가 띵. 하품을 하면서 밤새 문 앞에 두고 간 식료품 박스를 들여다 치우고 정리하는 사이에도 호기심 많은 이 '거실의 사자'들은 새로운 장난감들을 가만히 두는 법이 없다. 그 사이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니 옥수수 동물병원 서 원장이 수수 눈에 인공눈물을 며칠 넣어보라고 답변을 보내 놨다. 그저께부터 왼쪽 눈을 자꾸 찡그리고 부비고 하더니 어제는 또 괜찮아 보여서 병원을 데려갈지 말지 고민했던 거다. 그건 그렇고 지금 이렇게 책장 옆으로 책상을 옮기면서 이런 것도 쓰게 됐는데, 그건 다 보리가 티비를 떨어트려 박살 냈기 때문이고, 그래서 없는 형편에 티비를 새로 샀고, 새로 산 티비를 두려고 코딱지 만한 집에 가구 배치를 새로 했고, 연휴 내내 혼자 침대를 옮기고 종이 지옥을 헤치며 대청소를 했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하소연이 길어졌다. 그렇다, 이것은 하소연이다.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은 (아마도) 없는. 아니 들어줄 생명체라고는 없는. 야, 너네 말이야, 수수! 보리!


동네에 서교 호텔이 RYSE AUTOGRAPH COLLECTION으로 바뀌었는데,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고, 다만 로비에 베이커리 카페 타르틴이 생겨서 크로아상을 사 왔다. 비싼데 맛은 괜찮다. 커피 캡슐이 다 떨어져서 그동안 집에서 아이스라테를 못 마셨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하려니 다크만 품절이라 그것도 근처에 일리 카페에서 속시원히 해결. 어제는 온, 오프로 부지런히 장을 보고 떨어진 생필품을 구입하고 그랬네. 수수 보리 사료와 모래도 쟁여놓고, 나의 냉장고도 채워두니 마음만은 든든하다. 생활은 사소한 기쁨은 있지만 고단하기 짝이 없다.


<거실의 사자>는 앞표지에 사랑스러운 고양이 사진만 있고 제목이 없다. 잘한 일. 내용은 무시무시하고도 흥미롭다. ('1킬로그램도 안 나가는 붉은점살쾡이부터 3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시베리아호랑이까지 고양잇과에 속하는 30여 종의 동물들을 생물학자들은 고도 육식동물 hyper-carnivore 이라고 부른다. 고기 말고는 먹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p.31.') 역시 잘한 일. 그런데 번역은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다. 출발어가 보이는 것 같으면서 도착어는 어딘가 잘 짜여지지 않은 느낌. 그러나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늘은 이까지만 써야겠다. 수수가 와서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방금 수수 눈에 인공눈물을 넣어주고 똥 냄새 진동하는 화장실에 탈취제를 뿌렸다. 허허, 똥도 좀 싸고 그래야 귀엽지요. 근데 너네 꼭 내가 밥 먹으려고 할 때 옆에서 똥 싸고 그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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