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0
하루가 열리는 첫 순간, 밖의 날씨가 쌀쌀한지 따뜻한지, 맑은지 흐린지도 알 수 없는 그 첫 순간 눈앞에 펼쳐진 아라바를 본다, 사해와 에일라트 사이에 놓인 사막, 먼지 덮인 희붐한 관목 덤불이 버려진 천막처럼 이리저리 휘며 구부러져 자라는 그 사막을. 지난 며칠을 그곳에서 보내기라도 한 사람처럼, 그러나 그런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그다, 그는 어제 저녁 그곳에서 돌아왔다, 모래빛 기름한 눈을 뜨며 그는 말한다, 아라바의 침낭 속에서도 여기 당신 곁에서보다는 달게 잠을 잘 수 있었노라고. p.5.
어제 집에 돌아오니 도착해 있었다. <나의 칼이 되어줘>를 읽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주문했다. 뉴질랜드 올리 언니의 신혼집 '잠수함방'에서 읽었던 책. 10년도 지난 일이니 책은 벌써 절판이 되었고, 중고로 겨우 구입했다. 왜 하필 이 책이 생각났을까, 모르겠다. 다비드 그로스만과 체루야 살레브 모두 이스라엘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니 첫 페이지부터 펼쳐본다. 마음에 드는 첫 문장을 쓸 수만 있다면, 작가가 될 수도 있겠지.
어젯밤부터 몸 상태가 별로여서 그런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질 않다. (사실 이 글도 두 번째 쓴다, 거의 다 썼는데 노트북이 제멋대로 꺼졌다 켜졌다...) 빵을 접시에 담고 아이스 모카 커피를 만들어서 책상에 앉았는데, 한 입 먹었을까 수수가 화장실 밖에다 똥을 싸기 시작한다. 짜증이 나서 투덜거리면서 한참을 치우고 있는데 그 사이 수수와 보리가 책상 위로 올라가 신나게 빵을 핥고 맛보고 있다. 야! 니들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그거 내 아침이잖아, 혼자 소리치다가 관둔다. 어떤 날은 아주 사소하고 시시한 것으로도 울고 싶은 기분이 된다. 마음은 이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다. 어린애처럼.
아침에 가족 채팅방에 아빠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알았다. 오늘은 자매님과 제부의 결혼 3주년 기념일. 5월 10일, 무척 화창한 봄날의 결혼식이었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았네. 벌써 3년이 되다니 믿기지 않는다. 세상에. 남편과 아내로 살아가는 것, 겪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겠지, 만날 책만 읽으면 뭐해, 왠지 또 바보같이 울고 싶은 기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