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1
모든 사물, 모든 감정이 유순해지는, 다가오는 시대와 그 모습은 맞지 않았다. 서로의 몸을 지나치게 만져대고, 인생을 어떻게든 규정하면 삶의 수수께끼가 설명되거나 혼란이 부정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들의 문제에 대해 얘기해대는 요즘 사람들이 그는 당황스러웠다. 뭔가가 시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점점 위험부담을 평가해서 최대한 제거한 뒤, 지루한 새 세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그 세상에서는 시를 읽는 일보다 음식의 조리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더 감동적으로 느껴질 것이며, 직접 뜯어온 풀로 끓인 수프에 돈을 내면서 사람들은 기분이 들뜰 것이다. 그는 막사에서 직접 뜯어온 풀로 끓인 수프를 먹어보았다. 결론은 보통 음식이 더 좋다는 것이었다. p. 103-104.
어젯밤에 고작 대여섯 페이지를 읽고는 곯아떨어졌네. 브런치 약속을 해놓고선 늦잠 자고 일어나 허겁지겁하면서 책을 들고나가는 것도 잊어버렸고. 종일 비가 쏟아졌고, 오랜만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Visages Villages>을 봤고, 쇼핑을 했고, 뜨거운 물에 빨래도 한번 더 돌렸다. 영화는 좋았다. 지난번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보면서 그랬던 것처럼 앞부분에 또 눈물을 주룩 흘린 장면에 있었는데, 극장을 나와서는 도무지 뭐였는지 생각이 안 났다.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언젠가 봐야겠다고 - 루브르 장면이 나오는, 하면서 검색해보니 <국외자들> - 체크해두었다. 그러고 보니 <국외자들>은 콧수염 필름즈 덕분에 익숙한 제목. 인스타그램에서 소식을 종종 전해 듣고 있는 해리 언니와(상덕 감독과 아기 료) 그리고 지운 씨 얼굴이 떠올랐다. 모두가 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얼굴들.
7월의 첫째 날, 일요일이 다 가버렸네. 하반기 시작이군. 내일도 비가 오려나.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지만 보리차나 한잔 마시고 잠을 청해야겠다.
아, 생각났다. 광산촌에 마지막 남은 주민 자닌이 울먹이던 그때였다. 자려고 누워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Lawrence’를 듣다가 영화에서 연주를 듣고 갑자기 눈물이 났던 일을 생각하다가. 어쩌면 예술이란 게 결국은 삶의 위로와 위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