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별장, 그 후

2018-07-02

by a little deer
그는 하루 종일 무표정하게 아무 말 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고, 늘 기분이 몹시 나빴다. 침대에 누워 기껏 한다는 말은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선 관심 없어." 이 한 문장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인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p.18.


첫 작품인 '붉은 산호'는 첫 문장부터 소름이 돋는다. 아니면 가벼운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어쩐지 내가 이 날, 이 시간, 이 단어와 문장을 읽도록 - 비와 물고기의 비유와 심리 치료와 우울과... - 마치 정해져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꽁꽁 잘 숨겨두고 있다가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가도, 빈틈을 파고드는 것처럼 불쑥 튀어 오르는, 아니 실은 계속 저 아래에서 흐르고 있는 상태일지도, 시곗바늘이 하염없이 돌아가다가 잠깐 멈췄을 때나, 혹은 어디서나 기다리고 있다가 언뜻 스치는 고스트처럼, 아무튼 그런 기억과 감각. 내 끊임없는 혼잣말과 몽상을 마주한 것 같아 놀랐다.


신기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고 떠올리다니. 지치지도 않고. 이제는 이유도 모르겠다. 점점 드물어지려나. 아마 그러긴 하겠지. 참으로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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