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왔다
자고 일어나면 당연히 뜨는 해와
아침 좀 먹고 가라는 엄마의 사랑을 잔소리로 여기면서
어른이 되니 이제 더 이상 키도 안 크고 목소리에 변함도 없었다
그랬더니 다들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고 싶어 했다
인간은 왜 이렇게 높아지려고만 할까?
그렇담, 반대로 낮아지려 하면 어떻게 될까
내 목소리 보다 내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니 몰랐던 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노인의 냄새가 코 끝에 시큰거려 피해 다녔지만 나의 예민함 보다 그들의 순수함과 고된 삶의 흔적이 귀함을 알게 된다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도 그대로 놔두는 부모도 화가 났지만 에너지 넘치는 아이의 숨소리와 사랑스러운 부모의 눈빛이 보인다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수준을 평가해 왔지만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내가 버리니 아무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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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려고 했을 때는 이 세상에 나만 존재했다
나만 존재하려다 보니 세상살이가 서글프고 힘이 들었다
높아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낮아지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
함께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지혜는 나의 약함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는 것
서로가 약한 사람이기에 함께 모이기에 힘쓰는 것
모두 모여 사랑하려 노력하는 것
이미 세상은 이 모든 것들로부터 반대로 살게 하려 하고 있다
핵가족에서 핵개인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