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추월차선>_2
영화 <기생충>의 기택(송강호 배우)은 갑작스러운 홍수와 정체를 들킬 위기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 이렇게 말한다.
"아들아.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잘못될 일도 없고, 또.. 애초부터 아무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터져도 아무 상관이 없는 거야.
사람을 죽이건 나라를 팔아먹건 다 상관없다 이 말이야."
영화에서 동익(이선균 배우) 가족은 갑작스러운 홍수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홈파티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지만, 기택 가족은 재난으로 집을 잃고 나아가 직업마저 잃을지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도 아무런 계획을 갖고 있지 못했다. 어느 평론가는 이 부분을 꼬집어 계획을 갖고 있는가, 계획을 세울 수 있는가 여부가 부자와 빈자를 구분하는 시대적 지표라 지적했다.
<부의 추월차선> 작가가 가난한 삶에서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도 '계획'이다. 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계획의 부재로 이어지고, 이는 곧 '평범한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평범한 삶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어지는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가난한 삶의 출발점엔 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있다.
부는 물질적 소유가 아니다.
부를 물질적 소유로 인식하여 '부자처럼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한다면, 우리가 갖게 되는 부에 대한 공식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부=수입+빚"
그 공식 아래, 우리가 살게 되는 삶은 "평범한 삶"이다. 저자는 현대에 평범하게 산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평범하다는 것은 현대판 노예다". 소비에 따른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평생 직업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부는 가족Family, 건강Fitness 그리고 자유Freedom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돈을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 만약 인도 위의 삶을 살아간다면, 당장 잘못된 소비를 멈춰야 한다. 우리가 돈으로 사야 할 것은 비싼 자동차나 명품백이 아니라 자유다. 돈을 올바르게 사용할 때, 돈은 자유를 가져다준다.
가난한 사람은 인생을 남에게 맡긴다. 행운에 맡기고, 정부에 맡긴다. 인생을 직접 운전해나가야 한다.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에 책임질 때, 실수와 실패는 재앙이 아니라 경험과 성장의 토대가 된다. 인생 한 방을 노리면, 절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한 방', 즉 행운이라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행운을 얻기 위해선 과정에 뛰어들어야 한다. 더 높은 확률이 기대되는 과정에 끊임없이 뛰어들어야 비로소 행운이라는 사건이 뒤 따라온다.
평범한 삶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부의 추월차선>에서 가난한 삶이 만들어지는 이유와 그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아래 내용을 참고해보면 좋겠다.
1) 돈은 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인도 위의 삶은 유쾌한 오늘을 위해 보다 나은 내일을 포기하겠다는 계약과 같다.
인도 여행자의 계획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쾌락과 일시적인 욕구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의 노예'로 살아간다. 이들의 소득은 한 푼 한 푼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다. 자동차 할부금이며 쇼핑에 쓴 돈은 매달 꼬박꼬박 신용카드사의 손으로 넘어간다. 평생을 직업 또는 사업의 노예로 살아간다.
*인도 여행자의 사고방식
부채에 대한 인식 : 신용카드 덕분에 나는 월급이 적어도 현재를 즐길 수 있어.
시간에 대한 인식 : 시간은 충분해. 앞으로 며칠 안에 갑자기 죽을지도 모르는데, 돈은 모아서 뭐하겠어!
교육에 대한 인식 : 졸업과 동시에 공부와는 담을 쌓았어. 만세!
주요 수입원 : 돈만 많이 주면 어디든 괜찮아. 내 목적은 돈 뿐이야 만세!
부를 늘리는 주요 전략 : 나는 도박도 하고 복권도 사고 보험회사에 걸어둔 소송도 있는데.. 그런 것도 쳐주나?
부에 대한 인식 : 실컷 누리다 죽는 사람이 바로 승자!
부의 방정식 : 내 부의 방정식은 이거야. 부=수입+빚
목적지 : 무슨 목적지? 나는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
책임감과 통제력 : 나는 피해자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삶에 대한 인식 : 오늘을 살고 내일은 개나 줘 버려. 인생은 한 달 후를 내다보기에도 너무 짧아.
다음 주에 당장 지불해야 하는 돈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계획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인도 위의 삶을 지속한다면, 길에 파인 웅덩이 하나하나를 맞닥뜨릴 때마다 대출로 메워야 할지도 모른다. 인도를 벗어나는 첫 번째 단계는 내가 지금 인도 위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돈은 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인도 여행자의 공통점은, (그 사람의 소득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계획도 저축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돈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도를 바꿔야만 한다.
인도를 걷는 사람들의 부의 방정식은 소득 더하기 끌어다 쓸 수 있는 만큼의 부채다.
'부=소득+빚'이라는 공식을 버려라. 지금 당장 인도를 벗어나라.
2) 부자처럼 보이는 것과 진짜 부자인 것의 차이
부는 3F로 이루어진다. Family가족, Fitness건강, Freedom자유. 3F가 충족될 때 진정한 부를 느낄 수 있다. 즉,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부는 물질적인 소유가 아니다. 부는 곧 자유와 선택이다. 인생을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자유다. 상사와 알람시계와 돈 때문에 받는 압박으로부터의 자유다. 그리고 하기 싫은 고된 일로부터의 자유다. 무엇보다 원하는 인생을 살아갈 자유다.
가짜 부는 진짜 부를 파괴한다. 부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에 잃는 것은 자유다. 인도 여행자들은 부의 상징을 가졌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자유는 잃었다. 이 책은 부의 3요소 가운데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돈의 올바른 사용
'부'와 '행복'은 같은 의미다. 단, 부의 의미가 올바르게 정의되었을 경우에만 그렇다.
돈은 잘못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돈으로 자유 대신 구속을 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는 부가 '물질'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 잘못된 정의 때문에 부와 행복을 잇는 다리가 무너져 버리곤 한다. 돈은 올바르게 사용할 때 자유를 가져다준다. 자유는 부를 이루는 3요소 중 하나다. 자유로 선택을 살 수 있다.
이제 당신은 물질이 부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사고할 능력이 있다면 '당신을 부자로 보이게 할' 그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어떤 금액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굳이 그 금액을 따져 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통한다. 감당 여부를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그럴 돈이 없다는 뜻이다." 당신이 "~만 하면 살 수 있는데"로 끝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자기 위안을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모든 말들은 당신이 그걸 살 형편이 안 된다는 경고다. 부를 물질의 소유로 잘못 이해하면, 당신은 영영 인도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3) 평범하다는 것은 현대판 노예라는 뜻이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주장엔 맹점이 있다. 행복의 진짜 적이 무엇인지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의 진짜 적은 노예화 즉, 자유를 잃은 상태다.
평범하다는 것은 생존 경쟁에 놓인 현대판 노예라는 뜻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붐비는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한 후 여덟 시간을 일하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의 노예가 되는 것이며 월급의 10%를 저축하는 것이고 그 짓을 50년간 반복하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모든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것이며 주식 시장에 투자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빠른 차와 큰 집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믿는 것이다.
여러분은 사회가 정해 놓은 부의 잘못된 정의를 받아들인 것처럼 평범한 삶에 대한 정의 역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길들여져 왔다. 사회가 정의하는 평범한 삶의 의미 역시 틀렸다. 평범하다는 것은 현대판 노예라는 뜻이다.
4)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사람은 가난을 면치 못한다.
부와 마찬가지로 행운이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과정의 결과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상을 두드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인도 여행자는 그것을 운이라고 해석한다.
운을 이해하려면 더 높은 확률이 기대되는 과정에 참여하라. 운은 실제로 게임에 참여할 때 얻을 수 있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이기고자 하 때 비로소 행운은 얼굴을 보인다. 행운을 원한다면 과정에 뛰어들어라. 과정이 있어야 당신이 원하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5) 인생을 남의 손에 맡기고 남 탓하며 사는 사람들
행운에 대한 믿음과 우연에 기댄 생활, 비난하는 습관 등이 인도 여행자의 가장 큰 문제다.
인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은 전국적으로 규모가 가장 큰 유권자 집단이다. 이들은 인생을 편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그 대가는 다른 사람이 지길 원한다. 이들은 평생 히치하이커로 살아간다.
지난 금융위기에, 나는 경제 호황을 이야기하는 주류 매체의 보도 내용에도, 나 외의 다른 누군가에게도 의존하지 않았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의지했다. 나는 히치하이커가 아니라 인생을 직접 운전해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직접 운전해 나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리는 것 즉, 책임감을 얻게 된다.
자신 스스로 행동과 그 행동에 따르는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피해자가 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실수와 실패 그리고 성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다음번 선택에 그것을 반영하라. 나쁜 상황들은 대부분 나쁜 선택의 결과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인생을 장악하게 된다. 스스로의 선택을 장악하면 기적적인 일이 벌어진다. 실패의 경험은 더 이상 피해의식의 원인이 아니라 지혜로 자리 잡는다.
나른한 주말 오후, 서울 근교의 쇼핑센터로 갈 때마다 여지없이 긴 줄로 늘어선 차량들을 마주했다. 주차장뿐만 아니라 백화점 내부에도 인파로 가득하다. 이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주말마다 백화점 쇼핑에 가는 것이 주말 패턴이었다.
언젠가 백화점의 브랜드 비전을 본 적이 있는데, "고객의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기업"이라고 적혀있었다.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홍보 문구를 보았다면 굉장히 섬뜩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내가 돈을 주고 '평범한 삶'을 돌려받는 것이구나"하고 말이다. 물질적 소유를 부의 요소라고 착각하는 것, 라이프 스타일의 노예로 살아가는 삶에서 거리를 두면 저자의 말처럼 부로 향하는 지도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작가는 "소비를 줄여라" 같은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방점은 소비로 인해 속박되지 말라는 것에, '자유'에 있다. 그리고 그 자유를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직접 통제하고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성장해나라고 말한다.
다음장은 '근검절약'의 길이 정말 부자로 향하는 길인가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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