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옆에서 남편은 무엇을 할까
로나의 소식은 사진 한 장과 함께 날아들었다. 선명한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 사진과 저녁에 다시 한번 테스트를 해봐야겠다는 조심스러운 메시지가 뒤를 이었다. 아내가 혼자서 결과를 확인하고 놀랐을 생각에 마음이 찡해왔다.
우리는 조심스러워졌다. 두 번째 임신 테스트기에도 두 줄이 나타났을 때, 산부인과에서 아가집이 너무 작다는 결과를 들었을 때, 그리고 임신 5주차 라는 확인서와 초음파 사진을 받았을 때마저도.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아기를 갖게 되면 성격이 바뀌어버리는 걸까. 우리는 금세 다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걱정도 따라왔다. 필수 영양제라는 엽산도 안 먹고 있었고, 산전 검사나 풍진 예방주사 접종도 임신이 되고 나서 알게 됐다. 우리는 뒤늦게라도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고, 보건소에서 산전 검사를 통해 대부분 지표가 양호한 것도 확인했다. 원래의 성격이라면 아주 잘됐네, 하며 문제를 잊어버렸을 테지만 우리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 걱정 1. 산모는 물을 하루에 2L 이상 마셔야 한다는 데, 우린 그렇게 안 마셨잖아?
- 걱정 8. 산모한테 전자파가 너무 위험하다는데, 우리 전자레인지 사용을 많이 했었잖아?
- 걱정 17. 산모한테는 불소가 없는 치약이 좋다는데,
- 걱정 19. 산모한테는 샴푸도, 린스도, 클렌징폼도 어떤 성분이 들어있으면 안 된다던데,
- 걱정 25. 산모한테는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위험하다는데, 우리 주걱부터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
- 걱정 27. 산모는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한다는데,
- 걱정 34. 배가 자꾸 당기는 느낌이 드는데,
...
- 걱정 0. 우리 코로나 걸렸잖아.
그렇지 않아도 걱정거리가 태산 같은데, 우리는 임신 확인서를 받은 다음날 코로나 양성 확인서를 받았다. 몸살이 심하고 기침과 고열이 계속되어서 우린 산부인과를 들러 약을 처방받았다. 임신 전이었다면 [ 코로나에 걸렸다 → 약을 먹는다 ]로 끝났을 일이지만, 지금은 [ 코로나에 걸렸다 → 약 없이 견딜 만큼 견뎌본다 → 구글과 유튜브와 맘카페를 모두 돌아보며 정보를 찾는다 → 양가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한다 → 출산 경험이 있는 가족, 친구에게 경험을 묻는다 → 산부인과에서 임신 사실을 강조하며 약을 처방받는다 → 약사에게 다시 한번 임산부에게 처방된 약이 맞는지 물어본다 → 약을 먹는다 ]가 되었다. 물론 그렇게 약을 먹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우린 이 일을 겪으면서 달라진 우리의 정체성을 찾았다.
임신 중에 겪는 크고 작은 일들에 걱정하고, 태아에 관한 모든 일에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부모가 되어 가는 과정이란 말을 들었다. 우린 결국 예비 엄마 아빠로서 연습해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아내와 나는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이름 앞에 우리가 만나게 될 아이의 이름을 두게 되어간다고 할까.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우리가 갖고 있던 유쾌함은 잃지 않았다. 코로나와 함께 온 아이의 태명을 로나로 지었으니.
임산부 옆에서 남편이 하면 좋은 일.
~ 5주차
1. 좋은 산부인과 찾고, 병원 함께 가기
2. 아내가 걱정할 때 괜찮다고 해주기
3. 다양한 등록 및 신청 함께 알아봐 주기(어차피 아내가 정보력이 빠르시겠지만... 그래도)
4. 직장을 다닌다면 아내와 본인의 사내 육아휴직, 출산휴가 규칙 알아보기
5. 임신-출산 도서 읽으면서 아내와 태아의 상태 체크해 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