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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루 Oct 27. 2022

속초 5도 2촌의 삶은 사치의 연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매운맛을 누르는 달달한 맛


우리가 온갖 짐을 자동차에 욱여넣으며 실어 나르는 생고생을 하며 된통 매운맛을 제대로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의 속초에서 5도 2촌의 시간을 보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 

수많은 이유를 끝도 없이 댈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를 말해보라면, 



이곳에서 부릴 수 있었던 "사치"가 주는 "가치"가 너무도 달달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너무 많을 때, 혹은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도저히 체험 또는 관광을 할 수 없을 때 내 날씨운을 탓하며 속상해하지 않아도 됐다. 내 차례가 언제 오나 목 빠지게 기나긴 줄 서기에 동참하며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아도 되고 사전에 예약한 다음 일정 때문에 쫓기듯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었다.



붐비지 않는 바다. 소란스럽지 않은 시간대를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여유. 이런 매력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속초앓이를 하고 있다.



"다음에 또 오지 뭐" 혹은 "오늘 못 본 거 내일 다시 와서 한번 더 보자" 라며 쿨내 진동, 멋짐 폭발하는 멘트를 우리는 거침없이 내뱉고 다녔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시간. 우리에겐 항상 "내일"이 있었다. 기약 없는 "다음"과는 다른, 정말 5일 뒤에 다시 방문하면 되는 "다음"이 우리들에게는 항시 존재했던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사치인가. 



다음에서 나오는 여유, 여유가 가져오는 미소, 미소가 불러오는 치유. 치유가 선물하는 기쁨. 기쁨으로 가득한 추억.


속초 집 바로 뒤에 있는 공원 안, 내리막길에서 눈썰매를 타다.


 

바로 이 "내일, 다음"이란 시간이 주는 사치의 달달함이 속초 1년 살이, 세컨드 하우스에서의 5도 2촌이 주는 진짜배기 마성의 매력이다. 그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 때문에 우리 가족은 다시금 세컨드 하우스 라이프를 즐길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이다.





여유, 미소, 치유, 기쁨, 추억, 사치, 가치... 다 너무 추상적일 감흥이 별로 없다고?

힘들었고 매운맛 이야기는 구체적인데 낭만적이고 즐거웠던 이야기는 왜 이리 두리뭉실하냐고?



좋다. 이를 시작으로 이젠 속초 세컨드 하우스 매운맛 이야기 편을 종료하고 이가 몽땅 썩어버릴 것 같은 5도 2촌의 리얼하고 재미난 달콤한 맛 이야기를 곶감 빼먹듯 하나씩 풀어나가 볼까 한다.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하면 재밌을까 고민하다 우리 가족이 속초살이를 하면서 "강원도의 스케일"이 뭔지 제대로 맛 본 그날의 이야기로 포문을 열어보겠다. 


그 이야기의 첫 시작.



바야흐로 202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우리는 2021년 크리스마스를 속초에서 보내기로 했다. 

모두가 다 알다시피 크리스마스이브에 차를 가지고 가는 일은 "미쳤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무모한 행동이며, 절대는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라는 것엔 이견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도 충분히 이를 숙지하고 있었던 지성인(?)인지라 모두가 파티를 끝내고 잠자고 있을 것 예상되는 25일 아주 이른 아침에 속초로 향하기로 계획했다.



이런 원대한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려던 크리스마스이브날 저녁. 

8시 뉴스에서 기쁘지만, 걱정도 되고, 행복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2021년 12월 26일 속초 엑스포 잔디광장



24일 밤 11시 기준, 40cm가량 어마 무시하게 내린 속초의 폭설 소식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우리만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정점을 찍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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