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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루 Oct 23. 2022

속초 세컨드 하우스 5도 2촌의 시작

속초는 서울이 아니다, 속초는 관광지다.


■ 아직 끝나지 않은 매운맛.


말 그대로 속초는 서울이 아니다. 태백산맥을 넘어야만 갈 수 있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서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속초는 유명한 관광지이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배송도, 샛별 배송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행히 로켓 배송 서비스는 제공되지만 칼 배송되는 서울과는 다르게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경우도 태반이다. 



급하지 않을 때에는 일반 택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속초가 뭐 미국이라도 되냐고? 물론 빠른 배송이 아닌 인터넷 쇼핑을 한 후 일반적인 택배서비스를 이용하여 속초 집으로 물건을 배송을 받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말 또는 연휴, 휴가를 내고 속초에 가는 우리들인지라 항상 상주하고 있지 않은 만큼 택배 수령이 늦어질 경우 분실의 우려가 있어 이 또한 쉽지는 않았다. 당연히 반품은 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차라리 몸이 고되더라도 맘이 편한 쪽을 택했고 그렇게 한 달 내내 서울 집으로 택배를 받고 제품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속초 집을 갈 때마다 자동차가 미어터지도록 짐을 가득가득 싣는 짓을 해야만 했다. 



또 서울 집 바로 근처에 있어서 도보로도 다닐 수 있는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와 롯데마트 맥스도 없고 우리 가족이 자주 이용하여 마일리지와 쿠폰이 많이 쌓여있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이곳엔 없었다.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는 백화점도 이곳에는 없고 당연히 다양한 DIY 가구를 판매하는 이케아도 속초에는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정말 쇼핑몰이 없다. 


아무리 인프라가 잘 갖춰진 속초의 강남 조양동이라고 할지라도 속초에서는 실물을 보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조양동이 이 정도이니... 다른 지역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인 잘못 만나 짐 나르며 고생한 우리의 자동차





또 관광지라서 그런지 물가가 비쌌다. 


같은 제품이라도 우리 동네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싼 경우가 허다했고 더 저렴한 대체상품도 구하기도 쉽고 종류도 많아서 더더욱 속초의 물가가 비싸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끔 연휴 또는 날씨가 무척 좋은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무지하게 몰린다. 그래서 속초에 딱 하나 있는 이마트에 사람이 너무 많아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30분씩 대기해야 하는 등 쇼핑하기가 녹록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힘든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물건을 반드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만져봐야 하는 제품들을 살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쇼핑하기 훨씬 편한 서울에서 구매 후 차 트렁크에 바리바리 싣고 속초 집으로 나르는 수밖에 없었다. 





중고마켓 앱이라도 사용해 봤냐고?

당근이지! 당연히 당근을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슬프게도 당근에서도 속초의 매운맛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희한하게 당근 마켓의 시세가 우리 동네보다 훨. 씬. 비. 싸. 다.



아무래도 속초에서 거주하는 시민의 수가 적은지라 판매자의 수도 적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판매하는 물건의 수 또한 많지 않았다. 내가 구하는 물건은 당근에 없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수요 공급의 시장 원리는 속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 공급은 적은데 상태가 준수한 중고물품을 정가보다 낮은 좋은 가격에 사려하는 사람의 수요는 꾸준하니 당연히 판매단가가 높을 수밖에. 똑같은 제품이고 훨씬 상태가 좋은 제품이 서울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보니 자연스럽게 속초에서는 당근 마켓 앱을 잘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거실에 두고 사용한 소파는 속초 당근 마켓에서 구매한 제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근 마켓의 뜻인 당신의 근처가 진짜 "근처"가 아니었다. 


서울처럼 바로 대중교통 한두 정거장 거리, 또는 도보로 이동하여 거래를 할 수 있는 "근처"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좋은 상태의 중고 물건을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구매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물건이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도 차 타고 20분은 가야 하는 먼 곳에 있는 경우가 태반이고, 5도 2촌을 하는 우리와 이곳에서 삶을 사는 분들과의 주말 생활패턴이 다른지라 거래 시간을 잡는 것 또한 무척 힘든 일이었다. 이런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속초에서 머무는 1년 동안 당근 마켓 이용은 처음 멋 모를 때 몇 번 하고는 바로 안녕을 고했다. 





아니 그럼, 인프라가 끝내준다는 조양동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쇼핑하기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속초에 세컨드 하우스를 구한 것이 후회되지 않았냐고?

1년 살이, 5도 2촌의 삶을 후회했냐고?



우리는 이런 질문에 번개보다도 더 빠른 반응속도로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후회? 그게 뭐임? 먹는 거임? 

아니!

전혀! 

결코!

우리는 1년 동안의 속초 5도 2촌 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왜냐고? 엄청 고생한 거 같은데 왜 후회를 하지 않냐고?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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