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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루 Oct 10. 2022

1년간의 5도 2촌. 생각보다 험난한 여정.

두 집 살림은 힘들어

■ 2% 부족한 집


"어머나. 새집 됐네~"


돈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곰팡이와 썩은 나무로 뒤섞여 엉망이던 집은 환골탈태하여 거짓말을 아주 많이 더 보태서 새집이 되었다. 깨끗하게 인테리어 공사도 마무리했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세간살이를 들여 집을 채울 차례. 어서 우리의 진정한 보금자리로 만들어 꿈에 그리던 5도 2촌의 삶을 서둘러 시작하고 싶었다.



숟가락 하나조차 없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집을 채우고 있자니 두 번째 신혼집을 꾸미는 기분이었다. 소파가 들어오고, 침구가 들어오고, 테이블이 들어오고... 집다운 집의 구색이 하나 둘 갖춰질 때마다 우리의 1년간의 5도 2촌 생활이 꿈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설레었겠다고? 물론 로망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서 있었으니 당연히 설레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셀렘의 자리를 생존이라는 녀석이 야금야금 비집고 들어왔다.



인테리어 후 어느정도 구색을 갖춘 우리의 첫 세컨드 하우스



일절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의 1년 살이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그저 행복하게만 살아가는 그런 노래 가사 같은 삶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우아한 5도 2촌의 삶은 돈이 정말 아주 많거나 또는 신축건물에, 가전&가구, 기타 살림살이 옵션이 다 있어서 몸만 들어가서 살면 되는 그런 곳에서라면 모를까. 우리처럼 한정된 예산으로, 평범한 소시민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구축 건물에 인테리어부터 집안을 채우는 일까지 전부 해내야만 하는 경우에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세컨드 하우스를 매수할 때부터 느꼈던 "로망"과 "현실"의 괴리감은 어쩌면 우리의 1년간의 5도 2촌 삶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는 예고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주기 부끄러운 세컨드 하우스 채우기 시작한 첫날. 난장판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풀 소유, 최첨단이 주는 안락함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있어 없는 것 투성이인 속초 세컨드 하우스 살이는 적응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요리 좀 하려 하면 식초가 없고, 아이가 현관에서 넘어져 상처를 치료하려 했더니 습윤밴드가 없고, 샤워하고 나왔더니 면봉이 없고, 아이들이 미술 놀이를 하는데 풀이 없고... 계속 이런 식이 었다. 여하튼 어떤 상황에서 뭐 좀 사용하려 하면 무언가가 계속 없었다. 2% 부족한 집. 우리의 집이 딱 그러했다.



그나마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정말 급한 필요한 물건들을 쉽게 사러 나갈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세컨드 하우스의 로망을 실현한답시고 바다와 산을 선택해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깡촌에서 속초 살기를 시작했더라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신랑도 나도 물건 사러 왔다 갔다 하느라 지쳐 길바닥에 쓰러져 주저앉아 울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르도 나르고 또 나르고... 자동차가 우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떠올려 보면 속초 1년 살기의 첫 한 달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각종 필요 물건들을 트렁크에 가득 채워 서울 집에서 속초 집으로 나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짐을 싣기 위해 우리는 자동차 트렁크 앞에서 속초로 떠나는 금요일 저녁 또는 토요일 새벽마다 테트리스 게임을 했다.



뭘 그렇게 힘들고 불편하게 서울 집에서 속초 집까지 트렁크에 꽉꽉 채워서 셔틀을 했냐고?



속초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로켓 배송, 새벽 배송, 샛별 배송 뒀다가 뭐했냐고?

당근 마켓, 번개장터 설치 안했냐고?



뭘 모르셔서 하시는 소리....

속초에 세컨드 하우스를 매수하고 꾸미고자 하시는 분들이여.....

꼭 기억하십시오!


속초는 서울이 아니고, 속초는 관광지라는 사실.

이 사실을 꼭!! 기억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절대. 잊지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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