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네 눈빛만 보고

버스 안에서 by 자자

by 무늬글

사람들이 저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면, 비슷한 이야기들을 가진 사람들은 같은 장소에 모인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동질감일까, 서로를 힐끔힐끔 확인한다. 아마 버스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이 모이는 장소들 중 하나가 아닐까. 문명이 닿은 어느 곳이든 버스가 다닌다. 특히, 교통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도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런 복잡한 차선들이 방방곡곡을 이어 놓은 곳에서 살고 있다. 이 혼잡한 공간 속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정해진 이야기에 따라 움직인다. 몇 시에 일어나는지, 몇 시에 씻고 몇 시에 밥을 먹고 몇 시에 나와 몇 시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지 아니면 어떤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지 다 정해져 있다. 정해졌다기보다 익숙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다. 이 익숙함은 버스에 올라타도 계속된다.


이 비슷하고 익숙한 공간은 어딘가 조금씩 다르다. 아니 누군가가 조금씩 다르다. 버스에 올라타면 먼저 버스 안을 훑게 된다. 보통 새롭고 낯선 것들에 관심이 가고 호기심이 발동하는데 어째서인지 이 공간에서는 반대가 된다. 쓱 훑는 순간, 낯선 얼굴들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 대신, 어제 봤던 그리고 그제도 봤던 얼굴에 다시 관심이 꽂힌다. 그리고 힐끔힐끔 다른 점을 찾는다. '음 저 남자 신발이 바뀌었네. 패션에 포인트를 신발에 주고 있구나', '오늘은 면도를 안 했군. 안경 때문에 외모가 안 살아' 등, 싱거운 관심과 호기심이 조금 덜 낯선 사람에게 간다. 익숙함을 찾는다.


그러다, 열 번 그리고 수십 번 마주치게 되면 정해진 이야기에 그 사람도 이야기 속 배역을 맡아 계속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이야기와 다른 한 사람의 이야기, 이 비슷한 이야기들은 한 이야기가 되려 한다. '말을 걸어볼까?', '전화번호라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선뜻 말을 건넬 용기는 나지 않는다. 대신 계속 추파를 던지듯 눈길이 그 사람에게 간다. 눈빛으로 '움직여라. 먼저 살짝궁 말을 건네주오'라고 아무리 레이저를 쏘아본들 움직일 생각이 추호도 없다.


어느 날 그 사람은 더 이상 버스에 타지 않는다. 갑작스레, 한 이야기에서 정든 등장인물 한 명이 예고도 없이 사라진다. 한 인생 이야기에서 또 누군가 'STOP' 버튼을 누르고 내려버린다. 이렇게 또 아름다운 운명을 쫒는 희생자들 중 하나가 된다. 이상주의 공상가로 한심하게 망설이는 모습 정말 무지무지 답답하다. 이 번 그대도 잘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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