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워가는 내 가슴속엔

서른 즈음에 by 김광석

by 무늬글

서른 즈음에 뭔가 다른 게 없어서 더 서글펐는지 모른다. 차라리 더 성숙해지고 더 철이 들어서 지난날을 후회한다든지 했다면 마음이 덜 아쉬웠을까 싶다. 그럴리 없겠지만, 아주 만족하는 삶이 펼쳐져 있다든지 행복에 겨워투덜투덜 한다든지 했다면 역시 덜 우울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르겠다. 난 더 철이 들지 않았으며, 또한 행복한 불평들을 꺼내 놓을 수 도 없다. 그저 흘러가니까 흘러왔다. 다를 게 없었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 듯 천천히 인생을 배워왔다. 조그마한 가슴속에 멀어져 가는 것은 멀어져 가는 대로 조금씩 보내며, 그만큼 또 조금씩 채워 살아왔다.


어릴 적 무심코 떠올린 서른은, 아저씨. 무지개 꿈속을 까치발의 투 스텝으로 솜털처럼 가볍게 튕겨 뛰어놀던 내 어린 시절에 떠올린 서른은, 인생 완성의 단계. 그래서인지 더 다다르기 힘든 나이라고 향수에만 묻혀있었나 보다. 그렇게 난 꽃다운 청춘에만 머물러있을 줄만 알았다.


그러다 어느덧, 나 이제 서른이 되었으니 서른처럼 살아라 했다. 하지만, 되고 보니 서른은 꽃길을 뛰어놀던 아이와 옛날을 살아온 기성세대가 기대하는 아저씨가 되기엔 너무 젊다. 그렇다고,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20대 청년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다. 문득, 서른처럼이 뭘까 생각이 든다.


서른이 되었더니, 눈치를 보게 된다. 너도 나도 비교한다. 누구는 뭐 한다. 또 누구는 이만큼 성공했다. 누구는 안됐다. 또 누구는 잠적했다. 그 누구가 내가 되고 싶지는 않은데, 이미 나도 누군가의 입방아에 좋든 싫든 찧어지고 있겠지 생각이 든다. 꼭 서른처럼은 그 누구누구처럼이 되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 것이 잊혀져 가고 있다. 나만의 인생이 비워지고 있다. 내 가슴속에서 무언가 자꾸 멀어져만 갔었는데, 그게 나라는 사람이었다. 비워가는 내 가슴속에 조금씩 채웠던 것은 아저씨가 되어 가는 그 눈칫밥들이었을까? 나는 나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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