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by 하림
헤어진 후 한 달.
나 홀로 모든 슬픔을 짊어 진양 살았다. 세상 어디에도 나만 오직 이별을 경험한 듯... 자괴감으로 망가진 삶이 슬슬 지겨워졌다. 술로 보내는 하루하루를 몸뚱이가 거부하기 시작했고, 또 이런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조금은 잊었나 싶었다. 이 기분이 그런 건가 싶었다. 시간이 상처받은 가슴을 무디게 해준다는 진부한 옛날 말. 이렇게 또 한 번의 사랑은 가는가.
오랜만에 술 없이 맞이한 아침.
오랜 친구 10명 있는 단톡 방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출국 소식이었다. 가슴이 철렁. 속이 울렁거렸다. 약간의 어지러움 증. 한 달이 우습게, 다시 한번 이별하는 기분이 스며들었다. 헤어졌을 당시에 느꼈던 상실감의 두 배 이상이 몰려왔다. 나는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던가.
그녀가 떠나는 날.
그녀는 나를 떠나갔었고, 기어코 그녀는 또 떠나간다. 혹여나 마지막 모습을 못 볼까 이른 새벽부터 공항에 도착해 출국장 멀리서 모르게 기다렸다. 친구들과 가족들 사이에 서 있는 그녀를 멀찍이서 바라봤다. 어떤 아쉬움일까, 그녀의 표정은 적당한 슬픔과 담담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가족들과 친구들이 흔드는 손에, 손을 흔들며 떠나버렸다.
세상에 나만 오직 이별을 경험한 듯 한 달을 보냈었는데, 온갖 이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있게 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어울리듯 자연스러웠다.
이제 깨끗하게 잊을 수 있고, 그러길 간절히 원했다. 오히려 혹시라도 제발 나를 찾지 않기를.
너무 당연히도 만나고 또 헤어지는 사람들의 공간 속에서 나는, 이별의 자연스러움으로 무관심한 가슴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