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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 kwangsu Oct 26. 2018

1만 시간의 법칙, 그 허상에 대해서


1만 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와 아마추어들을 비교한 결과 그 차이가 연주 시간에서 비롯되었고, 그들 사이에는 대략 1만 시간의 차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연구는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인용하여 널리 알려지게 된다.



문제는 이 개념이 너무 쉽게 또 제멋대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 법칙을 인용하는 사람들은 마치 드럼통을 가득 채우기만 하면 그것이 당장 팔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듯 생각하는 것 같다. 실상은 가득 들이부어 봤자 팔리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1만 시간을 투자하든 10만 시간을 투자하든 상품성이 없다면 안 팔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거기에 노력, 열정, 목적의식, 절박함과 같은 많은 요인들이 더해지면 그 시간이 더욱 값어치 있게 된다고 믿겠지만, 애초에 그 분야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그 역시 무의미하다. 정말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1만 시간은 결코 만만한 시간이 아니니까. 결국 무엇이든 될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품은 채로 몇 년을 쏟아붓고서 남는 것이 정체 모를 드럼통 한 통이라면 얼마나 허망한가. 그래서 나는 종종 1만 시간의 투자가 어쨌든 결실을 맺을 거라고 주장하는 글들을 볼 때 화가 난다. 남의 인생에 대해 알량한 연구결과를 근거 삼아 이렇게 해야 전문가가 된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말하는 태도가 괘씸해서 그렇다.





전문가가 되는데 있어 일정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내가 지닌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종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투자가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만일 그런 기본적인 노력조차 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은 대게 실패하게 된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에도 그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얻지 못한다거나, 뭔가 통하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스스로의 삶에 대한 무례가 아닐까 싶다. 무작정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한 데 쏟아붓기 이전에 내가 지닌 것이 진짜인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물론 그 분야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고 경험이 적을수록 그것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확신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내가 지닌 것이 진짜 살아있는 것이라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을수록 그것이 마치 생물처럼 생동하고 점차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자신의 능력치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 없이 그저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은 냉정한 조언이 필요하지 않나 싶을 때가 있다. 진짜가 아닌 것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착각하고 사는 것은 언제나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내 인생이 아니니깐 그렇게 냉정하게 말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말해서 서로 기분 상할 이유도 없다. 또 결국에는 다들 알아서 잘 찾아가겠지만, 그렇지만 정말로 그 사람이 소중하다면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아 이렇게 말해줄 수밖에 없다. 진짜들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두 눈이 황금빛으로 번쩍이지만, 가짜들은 일만 시간은커녕 평생을 해도 흐리멍덩할 수밖에 없고, 애초에 가짜가 아무리 진짜인 척해봤자 자신 스스로도 별 감흥이 없기 마련이라고. 언제나 당신의 두 눈이 반짝이며 빛나길 바란다고 말이다. 당신의 시간들이 가장 당신에게 적합한 일들에 쓰이길 바란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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