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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 kwangsu Oct 16. 2018

사랑 없는 삶은 감옥과 같아서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희망을 찾는 방법



"삶은 진자운동을 한다.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어떤 점에서 삶이란 감옥과 같다. 하지만 삶에 비하면 감옥은 희망이 가득한 공간이다. 감옥에는 언젠가 바깥으로 나가리라는 희망이 있지만, 삶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품어봄직한 욕망은 단지 죽음에 대한 것뿐이다. 그 외의 어떤 욕망도 결국 도로 위에 자욱한 안개와 같다. 안개가 걷히면 '죽음에 이르는 일방통행'이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이 선명히 드러난다. 내가 지금껏 목매달았던 중요한 일들, 성공한 인생의 지표라고 생각했던 성취들, 가장 의미 있다고 여겼던 것들, 그리고 한때는 행복의 근원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언제든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안개로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대게 죽음에 가까이 이르렀을 무렵에야 깨닫게 된다. 그제야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비극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깨달음은 언제나 뒤늦게 오는 까닭에 후회를 동반한다. 하지만 늦은 건 이미 늦은 거고 지나간 삶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삶에 존재하는 지독한 권태를 형벌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형벌은 지금까지의 삶이 언제든 송두리째 부정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생에서 대부분의 하루는 매우 유사한 형태로 반복된다. 쇠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처럼 낮이면 독수리가 찾아와 간을 파먹고, 밤이면 다시 간이 자라나는, 어찌 보면 그 자체만으로는 무의미한 매일이 지속된다. 삶이 형벌임을 자각한 사람들은 그 무심한 시간을 어떻게든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하루하루는 영원한 감옥처럼 끔찍하고 절망스럽다. 그 절망의 무게는 한낱 인간이 짊어지기에 너무 버겁다. 제우스의 피가 반쯤 섞인 신이거나, 니체가 상상했던 초인이라야 제법 의연한 척이라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신화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인간은 하나같이 평범하고 연약할 뿐이다. 무심한 표정의 생을 감당하기 위해 사람에게는 의지하고 희망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게 돈이든, 성공이든, 쾌락이든, 명성이든, 권력이든, 무엇이든 찾지 않고서는 그 가혹한 형벌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무엇도 삶의 메마른 땅을 충분히 적시지 못하고 금세 증발해버린다. 욕망의 끝에는 언제나 깊은 공허함이 있다.  그렇다면 삶에 대한 소망마저 잃어버린 이들은 이제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톨스토이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삶이 온통 절망뿐이라도 인간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희망은 사랑이다. 그러니 곧 사라져 버릴 안갯속에서 뜨겁게 춤을 추며 땀을 흘리고, 시시각각 작별을 고하는 존재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자. 사람이 세상에 남겨야 할 것은 명예나 성취가 아닌 남김없이 불태운 사랑의 흔적이다. 일생 동안 흘릴 수 있는 땀과 눈물을 아낌없이 흘린 사람의 삶은 아름답다. 그들의 황폐했던 땅은 사랑으로 흠뻑 젖어 식물과 열매가 풍성한 정원으로 변한다. 사랑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위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오직 사랑만이 죽어가는 나무에 싹을 틔우고, 메마른 사막에 싱그러운 꽃을 피운다. 살 소망마저 상실한 이들에게 더욱 간절한 것은 바로 사랑이다. 어쩌면 그것만이 무의미한 삶의 유일한 의미가 될 수 있으리라. 때로는 삶이 감옥과 같을지라도, 메마른 사막과 같을지라도, 그럴수록 내가 지닌 가능성과 재능, 한계와 상처를 온몸으로 껴안아야 한다. 지금 곁에 있는 이들에게 내 소중한 애정을 아낌없이 건네줘야 한다. 고통에 신음하는 이웃의 곁에서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삶을 애틋한 마음으로 힘껏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 없는 삶은 감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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