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 정보미(더 길)
탐방은 매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Interview | 더 길 정보미님과의 인터뷰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어떤 것에 눈길이 가나요? 아름다운 자연, 화려한 건물, 특색 있는 상점, 맛있는 음식. 사람마다 다른 것에 매력을 느끼죠. 오늘의 주인공 정보미님은 영국으로 떠났을 때, 평범한 일상을 보았다고 해요. 관광지와 명소가 가득한 도시의 모습이 아니라 돗자리를 펴고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사람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죠. 일상 속 평범한 이야기를 제품에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보미님을 인사동 쌈지길에서 만났어요.
해외여행에 가서 시장에 가거나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모습을 보면 시간 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건 결국 그들의 일상이잖아요. 자연스럽게 ‘나는 왜 그들의 일상을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건 확실하더군요.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 그들의 일상을 탐방하고 나니, 저의 일상이 너무 그리워지고 소중해진다는 거요.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이 너무 좋고, 아침에 출근하는 게 치열하긴 하지만 감사했어요.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결국 내 일상이 좋아진다는 걸 느끼게 된 거죠. 인생을 살면서 ‘이게 행복이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제일 소중한 것, 행복한 것은 결국 일상에 있던 거예요. 그래서 일상을 전달하는 브랜드를 만들었어요.(웃음)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꿈은 영국에서 거주했던 시기에 생겼어요. 영국이 날씨가 안 좋잖아요. 날씨도 우중충하면 집도 그립고. 외로운 그런 날에 캐스키드슨 상점에 가곤 했어요. 그 스토어의 이미지와 상품들이 저를 너무 재밌고 행복하게 해주더라고요. 제품을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죠. 막연하지만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더 길은 우리의 이야기를 Fun&Happy 하게 담은 패션잡화 브랜드입니다. 오리지널 서울을 모티브로, 오고 가는 서울 길에서의 모습을 제품에 표현했습니다. 길 위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전하여 사람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일상을 포착하기 위해 길로 나갔죠. 처음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을 찾았어요. 인스타그램에서 20~30대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지역을 검색해 보니 한강, 익선동, 을지로 같은 곳이 나오더라고요. 그곳들에 가서 재미있는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길 위에 있는 사람마다 각자의 스토리가 있잖아요. 그 삶의 순간을 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경복궁, DDP 같은 명소를 알려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공연을 하는 일상을 전하고 싶었던 거죠.
또, 건물의 아름다움이 오래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참 멋지고 화려했던 로마의 관광지가 코로나19로 사람이 다 빠지니까 유령 도시처럼 보이는 영상을 봤어요. 수천 년을 이어온 찬란한 문화가 있는 관광도시지만, 그곳에 사람의 온기가 다 빠지고 나니까 가고 싶은 도시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도 그 안에서 쌓은 추억은 오래 남아요. 어떤 곳이든지요. 그곳에서 누군가와 어떤 걸 했었는지가 여행의 묘미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배경 속에 있는, 그 길 위에 있는 우리의 수많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죠.
어떤 분이 더 길의 캐릭터가 잘생기지 않아서, 못생겨서 좋다고 하셨어요. 그게 참 기억에 남아요. 일부로 의도한 거거든요. 예쁘게 잘 그리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재밌고 익살스럽게 그리는 것이 최소한의 목표였어요. 길을 가다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느낌의 친구들을 나타내고 싶었거든요. 한강에서 생일 파티하는 소녀들, 익선동에서 솜사탕 아이스크림을 드시는 아줌마들, 쌈지길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 모두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제품을 보시면서 서로 누구를 닮았다는 이야기도 하시더라고요.(웃음)
더 길의 제품들을 보면 좋은 친구를 만난 것처럼 항상 행복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어디든 항상 같이 가고 싶었으면 더 좋겠고요. 앞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이 어느 곳에 머무는지를 관찰하고 발전해나가려고요.
보미님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서울의 재미난 일상을 대신 표현해준 세 명의 디자이너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서울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어 지역을 조사해주셨다면서요. 보미님과의 만남 이후, 어딘가로 떠났을 때 그곳의 풍경보다는 그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됐어요. 로컬에서의 삶을 더 알아가고 싶다면, 로컬 속 사람들의 모습을 탐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로컬에서의 삶, 보미님과의 대화에서 궁금하거나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댓글과 리뷰로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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