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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산문>

2025년 9월 넷째 주

by all or review
9791191114904.jpg 복복서가



도대체 '과학적'이란 무슨 뜻일까요? 한때 '과학적'이 무슨 뜻인지 격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언론에서 '핵 폐수''핵 오염수'냐를 고민할 때였죠. 정치인들의 말은 그렇게 스쳐가는 듯했습니다. 2년이 지나 똑같은 난제 앞에 섰습니다. '과학적'이란 무엇인가.


채경 : 1800년대 말 조선을 방문했던 영국의 여행가 겸 지리학자 이저벨라 버드 비숍은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조선인이 활짝 웃고 있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조선을 여행 중이던 비숍은 어느 날 배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문제가 생겨 당장 배를 띄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상황을 전하러 온 이는 너무도 난처한 나머지 웃음을 띠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말의 내용과 행동의 극심한 부조화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웠겠지만,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가 있음을 몸소 겪어왔던 비숍은 그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라 조선인이 으레 그렇다는 점을 파악했던 모양입니다. 관찰하되 판단하지 않는 것, 그리고 열린 태도로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패턴을 찾아내는 것. 조선인의 웃음을 대하는 비숍의 태도는 과학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태도 데이터를 수집 패턴을 찾아내는, 그래서 누구나 관찰할 수 있고, 반증할 수 있지만 판단은 배제하는 것. 그것이 과학적인 태도라면, 저 심채경 박사와 같이 과학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채경 : '타임머신'이라는 대목에서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셨을 것을 상상합니다. 미래인가 과거인가 생각하시다가 '과거의 도시'라는 대목에서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을 줄로 압니다. 그건 아니야, 생각하신다면서요, 저는 과학자의 그런 순간을 좋아합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태도, 분위기를 좀 깬다거나 주위 사람들의 눈을 흘김이 설핏 감지되더라도 아닌 건 아닌 건데 어떻게 아닌 걸 아닌 게 아니라고 해, 하는 표정. 조금 시무룩해지거나 입을 삐죽이면서도 여전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적절한 타이밍은 자꾸만 찾는 요상한 성실함. 그렇게 아니라고 우기다가도 제대로 된 반박이 들어오면, 자신이 명확히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그게 맞다며 쉽게 태세를 전환하는. 유독 그런 사람들이 많은 집단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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