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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가라앉은 뒤>

2025년 10월 둘째 주

by all or review
창비

수십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오늘의 이야기는 다소 무겁습니다.

'재난(disaster)'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dis'와 'astro'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쁜 별들'이라는 뜻이다. 별들이 나쁜 위치에 정렬될 때, 불운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고대인들의 믿음에서 유래했다. 천체가 잘못 배치되면 세상에 혼란이 일어난다. 개인적 층위에서 재난이란 실직이나 실연, 혹은 단순히 열쇠를 잃어버린 수준의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재난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로 일어난다. 우리 대부분이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실제로 일어나 뉴스에 보도되기 전까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 그게 재난이다.


가끔 보도국에서 "뭐 이런 일이 터지냐"라거나 "별 희한한 일이 다 있네"란 말을 듣곤 합니다. 그런 사건엔 보통 여지없이 '유례없는', '전무후무한', '충격적' 등의 수식어가 붙은 제목이 딸려옵니다.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바로 재난이겠죠.


재난, 참사, 비극. 이런 표현을 키보드로 꾹꾹 누르며 수정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움찔거립니다. PTSD처럼 자기 검열을 미친 듯이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재난 현장과 그 밖의 세상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린다. 두 세상의 거리가 고작 몇 미터에 불과하다. 근방 고속도로에서 울리는 굉음에 앞머리가 나부낀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펜스가 눈에 들어온다. 자 이제 지옥으로 들어갈 문을 찾을 시간이다. 재난복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마라톤도 아니며,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지구력 경기'에 가까운 것이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직후, 일본의 한 영화감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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