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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인류>

2025년 10월 셋째 주

by all or review
k312031546_1.jpg 김영사


사소한 실수가 잦은 사람입니다. 특히 최근엔 우산을 깜빡하는 경우가 유독 많았습니다. 한 번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우산이 없었죠. 아뿔싸, 오늘도 내 손엔 우산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주저 않고, 뛰었습니다. 속된 말을 빌리자면, 암시롱도 않았죠. 어차피 며칠 뒤면 우산 없이 비를 맞았다는 사실조차 까먹을 테니까요. 그래서 제게 우산은 남들보다 사소한 물건입니다. 우산 장인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사소할까요. 우산? 간식? 돈? 사람? 인류의 기원을 거슬러 오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제 삶이 얼마나 사소할까요. 극미량이라고 말해야 옳겠습니다. 옳다거니, 물 한 방울이겠죠.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작을 수도. 세상에 살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방울 하나에 불과하겠죠.

인류의 진화는 원숭이처럼 생긴 조상에서 시작해 차츰 오늘날 사람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계단식 진화 모델을 따랐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다음에는 하나의 뿌리와 큰 나무줄기에서 여러 개의 가지로 갈라져 뻗어간 계통수식 진화 모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강줄기처럼 꼬불꼬불 만났다가 헤어졌다가 만나기를 거듭하면서 바다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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