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저찌 이어가는 '책'임.
북스톤
제가요? 왜요?
매년 새해가 다가오면 출판 업계엔 웃음꽃이 핀다. 헬스장이나 스터디 카페엔 '다짐러'들이 넘친다. 괜히 스타벅스에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프리퀀시 적립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트렌드 코리아>를 구입한다. 아묻따 구매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자주 빼먹는 질문이 있다. '과연 트렌드를 정확하게 예상했나?' 혹은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진짜 2024를 보여줬나?'라는 것. 이 질문의 귀결은 곧 양비론이다. 틀리면 '내 그럴 줄 알았다', 맞으면 '누가 이걸 예상 못해?'식의 대답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럼 왜 도대체 이걸 매년 사서 볼까. 왜 매년 베스트셀러에 오를까. 왜 '트렌드코리아 연구소'까지 있어야 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걸까.
대표인 김난도 교수를 욕할 수 없다. 물론 욕해서도 안 된다. 여전히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의 리포트에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따르면...'에 미소 짓는다. 회사 마케팅 업무에선 '역시 MZ는 달라~' 칭찬을 받으려 억지로 끼워 넣어야 하는 보고서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실질적 유용성과 별개로 그 자체의 형식적 유용성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쓸모없는 짓'이 아니다. 누군가는 예측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예측을 어떻게든 활용한다. 그러니 완전히 무시하지는 말자.
이 책도 마찬가지다.
노파심에 미리 말하지만, 송길영 작가의 최신 책은 <그냥 하지 말라>가 아니다. 약 2달 전에 나온 <시대예보:호명사회>다.
그럼에도 굳이 이번 주에 <그냥 하지 말라>를 택한 이유는 '그 신간까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를 보기' 위함이다. '시대예보의 시대'를 흝어보자.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초반에 나온다.
첫째, 분화하는 사회. 우리는 혼자 살고 좀 더 작아진 집단으로 가고 있다.
둘째, 장수하는 인간.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오래 살고 젊게 산다.
셋째, 비대면의 확산. 기술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사람들이 의미 없는 대면을 꺼린다.
넷째, 가치관의 액상화. 이렇게 우리가 살아오던 근본적인 형태가 바뀌니까 내용도 바뀐다.
다섯째, 변화의 현행화.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여섯째, 진짜의 발견. 끊임없는 변화 속 '변하지 않는, 진짜'가 각광받는다.
일곱째, 명확한 '나' PR. 나는 나에게 변하지 않으니, '변하지 않는 나'를 PR한다.
마지막 일곱 번째를 실천하는 방식이 바로 '만인을 향한 메시지 송출'이다. 내 모든 것을 남들에게 쏘는 거다. 부제목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가 이 지점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송길영 작가는 '일상의 모든 행위는 의미와 욕망'이 있다고 한다. 나의 네트워크,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것이 메시지라는 거다.
예를 들면, '오늘의 집'에 북유럽풍 인테리어를 보고 구매한 가구를 인스타에 올린다. 그 인스타 피드가 애인에게 전해져 '다음엔 북유럽풍 인테리어 카페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전국의 카페 사장들이 북유럽풍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리모델링을 한다. 리모델링 업자는 예쁘게 바뀐 북유럽풍 인테리어를 '오늘의 집'에 올린다.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순환'한다.
그러니 송길영 작가는 이걸 [역이용]해보라는 조언이다.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서 메시지를 꿰뚫으라는 거다. 그게 사업이든, 연구든, 썸남썸녀에게 보내는 매력 어필이든, 뭐든. 제목이 <그냥 하지 말라>가 된 이유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하면 소진됩니다.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충실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을 먼저 하면 돼요. 그냥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되뇔 수밖에 없는 이른바 'MZ 질문'
"제가요? 이걸요? 왜요? 송길영 작가가 먼저 생각해 보라고 하던데?"
부디 악용하진 마시길.
제목 : 그냥 하지 말라(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저자 : 송길영
가격 : 15,300원
출판 : 북스톤
발행 : 2021.10.05.
쓰고 나서 보니, 꽤 길어졌다.
@Youtube 머니그라피 숨 참아. 표정 관리해. 들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