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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결된 봄 Jul 29. 2020

해결된 봄:남편의 임신_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변화, 임신 <임신 13주차>

 임신 13주 0일을 맞았다. 40주에 출산한다고 생각하니 이거 뭐 한 참 남았다. 그래도 이 기다림이 싫지만 않은 이유는 한주 한주 아이는 아름답게 빚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 성장을 머릿속에 그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임신 2기, 더 정확히 말해 임신 중기 초반을 지나고 있는 초보 임신 가정이지만 우리가 경험하여 알고 있는 임신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아내는 직장을 쉬게 되었다. 더 안전한 출산을 위하여, 더 건강한 임신기를 위하여 내린 우리의 선택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아내는 조심한다 하여도 무리하게 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아내가 일을 쉬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아내는 예약된 경단녀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일을 하며 활력을 얻었던 아내이기에 일을 쉬게 되는 것 자체가 희생이고 포기였을 것이다. 




 신기하게 아내에게 일어나는 감정적, 신체적 변화도 마치 교과서를 옮겨 놓은 듯이 아주 보통의 임신 과정을 겪고 있다. 요즘 아내는 빈뇨 현상을 겪고 있다. 쉽게 말해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늘었다. 아마 자궁이 점점 커지면서 방광을 비롯한 장기들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나 보다. 지금도 잠깐 산책하려고 나왔는데 쉬가 자주 마려워서 집에 들어갈 거라고 메시지가 왔다. 양수 부족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서 물도 권장량만큼 먹으려 노력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우리 아내 보통 불편한 게 아니겠다. 그리고 입덧은 끝난 줄 알았는데 "힝 속았지?"라며 놀리는 듯 아직 조금 남아있다. 가장 심했을 땐 특정 음식에 대해 냄새도 견디지 못할 정도였고, 조금 나아졌을 땐 냄새는 맡지만 먹진 못하였고, 지금은 '겨우'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그래서 다시 고기반찬을 식탁 위에 올리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아내가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음식을 찾는다. 바로 돈가스이다. 아내가 본인이 원해서 돈가스집에 간 것은 아마 살면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일 텐데, 최근에 두 번이나 돈가스를 먹으러 갔다. 단백질이 풍부한 돼지고기가 이 시기에 좋다던데 아내의 몸이 단백질을 원했나 보다.  

 

 이제 슬슬 아내의 체중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할 때이다. 아직 아내에겐 먹덧 시기에 미세하게 늘어난 체중 말고는 큰 체중 변화가 없다. 보통의 경우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체중의 변화가 생긴다고 하니, 임신 교과서 수준의 아내는 곧 체중이 불어날 것이다. 다만 아랫배가 점점 단단해져 오면서 점점 예쁨이의 미니멀 라이프 하우스에 대한 존재를 더 명확하게 느끼고 있다. 아내는 아직 배가 불룩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내 배는 많이 불러있다. 체중도 점점 인생 최대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내가 나를 놀리는데 오히려 임신 어플에서는 "엄마의 체형 변화에 놀리지 말아 주세요 아빠"라며 어드바이스를 해주고 있다. 우린 반대다. 그런데 정말 임신한 아내의 체형 변화를 가지고 놀리는 몰상식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내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변화는 체력이 매우 약해졌다. 임신으로 인해 격하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힘을 쓰지도 못한 기간이 좀 되다 보니 근력들이 약해졌나 보다. 약간의 가사에도 쉽게 지치고 힘들어한다. 한두 시간도 거뜬히 도보하던 아내는 이제 이삼십 분만 걸어도 온 몸에 피로감을 느낀다. 이제 가벼운 산책을 해도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대로 스스로 조금씩 움직이려는 아내의 모습에 또 한 번 예쁨이를 향한 모성애를 느낀다. 요즘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예쁨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의지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낮잠을 자는 게 아이에게 좋다니 피곤을 느낄 때 일부러라도 낮잠을 청한다던지(실제로 임신부는 잠이 많아진다고 한다), 먹고 싶은 것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들도 열심히 먹으려 노력하는 것도 모두 뱃속에 예쁨이를 위해서이다. 말은 하지 않지만 행동하고 말하는 하나하나를 천천히 들여다보니 예쁨이를 위한 퍼즐의 조각조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임신 어플에 보니 빠르면 14주부터 임신선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임신선과 튼살이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임신선은 자궁이 커짐과 동시에 배의 살 또한 늘어나면서 그 안에 혈관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한다. 튼살과는 다른 위치에 일자로 생기며 임신 후에는 옅어지거나 없어진다고 하지만 관리를 잘해주지 못하면 그대로 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리미리 튼살크림을 가슴선까지 잘 발라주고 자주 마사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하니 계속해서 열심히 오일 마사지를 해야겠는데.. 요즘 아내가 내가 출근 한 시간에 씻고 스스로 바른다. 오늘은 억지로라도, 한 번 더 바르더라도 내가 마사지하며 튼살 크림과 오일을 발라야겠다.    




 요즘 나는 이직으로 인해 출근시간이 상당히 빨라졌다. 그리고 퇴근시간은 전과 동일하다. 그러다 보니 집에 오면 방전 수준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참 미안하다. 내가 아내를 케어해야 하는데 아내가 나를 돌본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이미 집안일은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모두 해놓고, 저녁을 준비하며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나를 위해 밤마다 열심히 재운다. 나는 스스로 자려면 오래 걸리고 아내가 재우면 금방 잔다. 그래서 아내는 내가 퇴근하면 그때부터 바쁘다. 예쁨이도 지켜내고 나도 돌보고, 그리고 집안 일도 돌보고 있는 아내가 참 대단하다.

 새벽 시간에 출근하고 나면 아내와 예쁨이가 너무 보고 싶다. 진짜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지경일 때도 있다. 아내에겐 메시지로라도 마음을 전하는데 예쁨이에겐 전할 길이 없다. 좀 오버인 거 같지만, 태어날 아이에 대한 관심은 모두에게 이롭다고 하니 오버하면 오버할수록 이로운 거 아니겠는가. 과유불급에도 예외가 있겠지. 여하튼 괜히 초음파 영상 한 번 보면 지금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이 들면서 더 궁금해지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잘 안 보게 된다. 보려면 너무 멀었기 때문에 최대한 무관심한 척 이 시간을 보내야겠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시간은 더디 지나간다.

 2주에 한 번, 혹은 1주에 한 번 보던 초음파를 이제는 한 달 간격으로 본다. 12주 1차 기형아 검사가 끝나고 다음 예약을 잡을 때 16주차에 잡아주었기 때문에 한 달을 기다려야 하고 그 4주 중 이제 겨우 1주가 지났다. 벌써부터 예쁨이가 보고 싶다. 전에 아내에게 예쁨이 빨리 보고 싶다니 큰 일 날 소리 말라고 했다. 빨리 보면 안 되고 예정된 때에 봐야 한다고. 그래서 그 말을 취소하고 딱 좋은 날에 보자며 속삭였다. 여하튼 태아의 모습이 그립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전에는 잘 있는지 불안했다면 지금은 얼마 전 봤던 예쁨이의 모습이 간혹 아른거려서 보고 싶은 거다. 아마 태어나면 예쁨이 보고 싶다고 퇴사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등짝 맞고 다시 출근하겠지만 말이다.  



13주의 태아는?
 오늘의 예쁨이의 키는 7~8cm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제법 크다. 복숭아 크기를 짐작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톱도 생겼다고 한다. 그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쥘 수 있으며(엄마 뱃속에 쥘 만한 게 없을 텐데.. 아 탯줄 잡고 논다고 했다 아내가!) 입이 발달하여 손가락을 쪽쪽 빠는 동작 또한 가능하다고 한다. 즉 반사신경이 발달한 것과 마찬가지다. 16주까지 언제 기다려. 시간을 달려서 병원을 갈 수만 있다면~~~~  




뱃속에서 시작된 육아


 이제 임신 13주차 막바지(13주 5일)를 보내고 있다. 4개월 차에 접어들었으므로 이제 임신 초기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전히 임신 초기인 것 같고, 임신 초보인 것 같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순간들이 찰나가 되어 벌써 넉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왔다. 서른이 넘도록 반바지에 큼지막한 후드티 걸쳐 입고, 탄산음료의 뚜껑이라도 되는 듯 늘상 스냅백을 머리에 얹고 다니던 내 모습에, 아버지는 왜 나이에 안 맞게 애들처럼 그리 입고 다니냐고 뭐라고 하셨는데 그때 내 마음은 여전히 스스로를 애라고 믿고 싶었던 고집이나 객기, 혹은 내 나이를 잊고 싶었던 결과로써의 의지적 망각이었을 테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다닐 때가 많지만, 그때를 돌아보면 실제 나이만큼 성숙해지기엔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잇값에 대한, 책임에 대한 회피적 방어기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셔츠를 입는 순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어깨를 나지막이 누르는 것 같았다.

 지금도 마치 그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임신한 지 엊그제 같은데 석 달을 훌쩍 넘겼다. 이 정도면 임신에 대해, 예쁨이에 대해, 임신한 아내에 대해 충분히 알고 스스로도 아빠로서 준비되어 있어야 하겠지만 여전히 임신 중기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 나는, 아직 초보라 잘 몰라도 되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은 거겠다. 어제 육아전쟁 블로그를 정독해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니 모두 이러한 과정 안에서 알아가는 것이고, 내가 좀 느리다는 생각은 더 잘하고자 했던 욕심에서 나오는 스스로만의 평가일 것이다. 학습이 늦더라도 결국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라는 것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누가 준비된 대학생의 마음으로 대학교에 가고, 준비된 군인의 마음으로 군대에 가겠으며, 준비된 남편의 마음으로 결혼을 하고, 준비된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맞이하겠는가. 모두 어린 마음으로 어른의 때를 살다가 보니 어른이 되어 있는 거겠지.  





 우린 이미 부모다. 어떤 이들은 이 시기(임신기)의 정체성을 예비 엄마나 예비 아빠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아이가 세상에 나온 시점이 진짜 엄마, 진짜 아빠가 되는 시점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예비 엄마나 예비 아빠라는 단어는 임신을 준비하는 기간에 쓰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고, 착상에 이어 배아에서 태아로 바뀌어 불리는 임신 확정의 그 순간부터 실질적인 부모의 시작이라고 칭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아이를 태에 품기 시작했을 때부터 부모는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부단히, 정말 부단히 애쓰기 때문에 이미 육아가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미 아빠이고 우린 이미 부모라고 말하고 싶다. 더 그럴 것이 예쁨이는 아내의 뱃속에서 호흡하고 있고 먹고 마시고 싸고 자기도 한다. 신경계도 발달했고 몸의 모든 구조가 완성되는 단계다. 우리와 사는 공간이 다를 뿐, 이미 예쁨이는 사람이다. 리얼인지는 모르겠으니 아내는 벌써 태동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보통 태동은 20주부터 자각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나, 찾아보니 아내가 느꼈던 꼬르륵, 톡톡톡, 똑똑똑, 이런 반응들이 태동일 수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릴 닮아서 운동신경 하나는 끝내주나 보다. 




 어쩌면 임신을 겪었던 임신, 출산, 육아 선배들이 이 글을 본다면 강백호 풋내기 슛 하는 소리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임신 별거 있냐'라는 최악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라떼는 말이죠'하며 더 드라마틱했던 임신기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땐 시작에 불과합니다'라며 마음 단디 하라는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는 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고. 기어 다닐 때가 편했다고.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가 편했다고.(뭐야 결국 계속 힘들다는 얘기잖아?) 내가 이 임신 기간을 잘 보내고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고 난 다음에 다시 이 글들을 본다면 똑같이 말할 수도 있겠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는가.

 여하튼 임신 시작부터 이렇게 말 많고, 고민 많고, 티 내고, 세상 진지한 나같은 남편을 보면서 혹자는 이 사람 참 과하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스스로 찔리는 건가.. 그런데 이게 맞다. 임신 시작부터 모든 아내는 임신에 몰두하고, 고민하고, 세상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심각할 것이다. 옆에 있는 남편이 그 과정을 함께 해야 그게 [남편의 임신]인 거지. 아내 혼자 힘들면 그건 [남편의 배신]인 거지. 잠깐만 정신줄을 놔도 '남편의 임신'에서 '남편의 배신'으로 흐를 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내의 마음과 몸에 누구보다도 집중력 있게 관심하고 공감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세상 진지하고 심각하길 원한다. 진지와 심각은 '불안'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 두 사람은 늘 마음의 평화와 새 생명에 대한 기쁨으로 임신을 바라보고 출산을 기다릴 것이다.  





조심스러운 도전


 아내의 최애 음식은 초밥이었다. 회전초밥은 아내의 혈액마저 건강하게 회전시킨다. 우리는 임신 전부터 나중에 임신하면 이렇게 좋아하는 초밥도, 회도, 육회도, 게장도 다 못 먹음에 미리 아쉬워했고 먹을 수 있을 때 잘 먹자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가까운 초밥집이나 게장 집은 늘 우리의 단골가게였다. 그런데 이제 진짜 임신을 했다. 임신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도 임신부는 날 것을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유는 날 것을 먹고 탈이 나면 약도 못쓰기 때문이다.(임산부를 위한 처방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약도 썩 반갑지 않은 시기다) 식중독에 걸려 장염 등의 질병이 생겨도 그냥 생으로 버텨야 한다는 것.. 아내의 위장이 건강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스럽다. 정말 초밥을 멀리 할 때가 된 것이다. 잘 참을 수 있을까.




 문제는 입덧 시기였다. 먹지 못하는 음식이 너무 많다. 아내는 어지간한 음식 앞에서는 식음을 전폐했다. 하지만 잘 먹어야 하는 시기이기에 아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찾기란 나에게 주어진 최대의 미션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임신부가 안심하고 먹을 음식 중에 아내가 간절히 바라는 음식은 없었다. 아내는 입덧 중에도 오직 초밥만 당겼기 때문이다. 몇 날 며칠을 참고 참다가 결국 초밥을 먹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불안해서 검색창에 임신부 초밥, 임산부 초밥을 검색했다. 우리와 같은 고민을 가진 임신 가정이 참 많았다. 엄~청 많았다. 우리는 모두 친구다. 그 많은 글들을 하나하나 검색해 본 결과 세 부류의 사람들로 나뉘었다.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사람들, 정말 신선한 곳을 찾아서 조심스레 먹는다는 사람들, 그냥 막 먹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전자는 못할 거 같고 후자도 불안해서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중자, 곧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찾겠다는 결심을 했다.


 한 때 요식업에 몸 담았던 나는 식당의 위생과 음식의 신선도에 있어서 회전율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손님이 많음으로 인해 준비된 식재료 재고가 빨리빨리 소진되어야만 신선한 재료가 우리 식탁에 올려진다. 회전율이 좋은 식당은 식자재의 선입선출 또한 잘 지켜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임신 중에는 조금 바쁜 가게가 좀 더 믿음직스럽다. 계속 검색을 했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가게를 발견했다. 가깝진 않았다. 하지만 초밥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출발했다. 임신한 아내가 조수석에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가속 페달을 밟고 조향장치를 돌린다. 그리고 드디어 초밥집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회전초밥집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은 사람의 윗배를 정말이지 설레게 한다. 



 얼른 자리하고 능숙하게 물, 숟가락 젓가락과, 초생강과 락교, 간장과 초장과 겨자를 세팅했다. 아내와 나는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나는 컵에 물을 따르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세팅할 때 아내는 초생강과 락교를 준비된 찬그릇에 넉넉히 담는다. 그 사이 나는 또 겨자를 적당히 찬그릇 모퉁이에 덜어놓은 후 간장과 초장에 다신 손 안 대겠다는 마음으로 넉넉히 채워놓는다. 그러고 나면 우리 앞에 장국이 도착함과 동시에 회전 초밥을 하나 둘 분주하게 식탁에 가져다 놓는다. 우리가 검색하면서 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직원들의 위생상태였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조리하시는 분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지가 우리한텐 매우 중요했다. 리뷰 블로그에서 흐릿하게 찍힌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도착해서 보니 역시나 모두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다.  


 아내의 초밥 사랑은 사과폰의 셔터 스피드도 못 따라간다. 우린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아내는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시작했다. 임신부가 초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루머로 생각하나 보다. 시원하게 먹는다. 나도 열심히 먹는다.

 아내와 나는 푸드파이터처럼 열심히 접시를 비우고 쌓아갔다. 활어가 초밥을 살포시 덮고 있듯, 우리의 마음도 초밥으로 인해 따뜻하게 덮였다. 임산부의 몸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기분도 정말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먹는 행위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겠다. 그렇게 만족의 배 두드림을 하며 가게를 빠져나왔다. 나오니 와플 냄새가 났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결국 우린 와플집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고 딸기주스와 아이스초코, 그리고 와플까지 포장해서 돌아가는 길에 모두 클리어했다. 나는 매일 배가 너무 부르고 아내는 오래간만에 배가 불렀다. 


 먹고 나니 확실히, 입덧으로 인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할 바엔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는 게 낫다. 이것은 몸에도 정신에도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의도대로 아내가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이 글은 초밥집에 다녀오고 난 후 꽤 지나서 작성하는 글인데, 감사하게도 아내는 먹은 초밥 소화도 잘 시키고 탈도 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임신부 아내에게 날 음식은 괜찮다. 우리 예쁨이도 건강하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 먹을 거면 가장 신선한 날 음식을 찾아라. 계절에 유의하라. 참아진다면 참는 것도 방법이지만 참아지지 않는다면 기분 좋게 한 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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