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

無形

by 영이


감정을 표현하는 건 어려워

생각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사실 모르겠어


그래서인지 나는 사진을 좋아해.


한 장의 사진은,

스쳐 지나간 수많은 순간들

그 사이에 존재하는 기억의 한 편이야


그래서 눈을 감고 그때를 생각하면

다시금 짙어지는


그런 순간들을 기록하는 걸 좋아해.



조명이 빈 테이블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있었어.

누군가 들어와 자리를 채우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겠지


겉으로 보면,

단순히 오고 가는 말이지만


가장자리를 타고 잔잔하게 전달되는 감정들을

서로는 알고 있을 거야



나는 아날로그를 좋아해.


그래서 직접 펜을 들고

종이에 내 생각을 쓰는 걸 좋아해


직접 타자를 치며 글을 만들어간다는 건

얼마나 많은 고뇌가 필요할까


잉크가 종이에 맞닿아 새겨진,

그 하나의 글자는 이제 지울 수 없어


그러니 신중하게 글을 시작하고

잘 마무리 지어야겠지


사람도 같지 않을까.



무형.


누군가의 손길로 만들어진 세상의 모든 것들


그 속에 존재하지만

형체를 확인할 수 없는


하지만

사람에게 울려 퍼질 수 있는 그런 것들.


누군가 들고 온 꽃에는 감정이 묻어있고

들려오는 노래는 누군가의 기억들로 이루어져


나는 또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졌어.


그래서인지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나를 물들이고 또다시 짙어져


-


그런데 사실,

순간을 담은 그와

순간을 보고 있는 그는

서로 다른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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