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도로가 갑자기 내려 앉았다, 우연일까

말로만 시민을 위한 행정의 진실

by 한량바라기

끔찍한 사고

꺼진 땅 바로 앞에 멈춰 선 자동차 @이희동


윤석열이 출소한 지 17일째 되던, 광화문 광장의 집회에 매일 참석하던 16일째 되던 24일 저녁이었습니다. 깃발을 들고 열심히 윤석열 파면을 외치고 있는데 갑자기 동네 사람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이 시끄러웠습니다.


평소 친한 동네 형님이 죽을 뻔했다며 사진을 한 장 올렸는데, 그와 관련된 뉴스 속보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까지도 쟁점이 되고 있는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에 관한 건이었습니다. 형님의 차는 땅꺼짐이 발생한 도로 건너편 바로 앞에 서 있었는데,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형님의 차 역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상황이었습니다.


뒤이어 들려오는 소식과 뉴스는 끔찍했습니다. 꺼진 땅은 직경 20m에 깊이 20m로 거대한 크기였는데요, 뒤따라오던 차의 블랙박스 영상은 기적적으로 살아난 SUV 차 한 대와 그대로 꺼진 땅으로 들어간 오토바이 한 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강동구 거주 30대 남성으로 가장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에 당장 달려갈 수는 없었지만 구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피해자의 상황은 어떤지, 추가 사고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살펴봤습니다. 또 강동구 구의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일을 알아봤습니다. 혹자는 사고가 난 도로는 서울시 소유라 구의원이 끼어들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무책임한 언사일 뿐이었습니다.

땅이 꺼지기 직전 모습 @이희동


전조 현상은 없었을까


다음날, 다른 의원들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 중이었고, 경찰들은 현장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위험했기 때문에 옆에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멀찍이 떨어져 보기만 해도 거대한 크기의 꺼진 땅은 끔찍했습니다. 저도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었기에 더 아찔했습니다.


구청 담당이 나와 브리핑을 했습니다. 내용인 즉 언론 보도에서 나온 바와 크게 다를 바 없었는데, 다만 몇 가지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아직 원인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전조 현상이 있었다고들 하지만 확실하지 않고, 한 언론에서 보도한 강동구 빗물받이 구멍은 땅꺼짐과 관련 없고 민원이 들어오자마자 복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강동구 땅꺼짐 사고 현장 @이희동


그러나 브리핑을 듣고 돌아가는 와중에 만난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의 말은 사뭇 달랐습니다.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시작된 이후 건물에 조금씩 금이 간 사례가 있었고, 꺼진 땅 바로 옆 주유소는 바닥 갈라짐 현상 때문에 3월 초에 강동구와 서울시에 민원을 넣었다고도 했습니다.


서울시가 이에 대해 "지난 6일 주유소 바닥 균열과 관련해 도시기반시설본부로 민원이 접수됐으며, 지하철 9호선 감리단·시공사가 두 차례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주변 지반침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지만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땅꺼짐이 발생했는데 과연 전조 현상이 없었을까요?


갈라진 사고 현장 인근 주유소 바닥 @이희동


이와 관련하여 저는 또 하나 중요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사고 현장은 현재 진행되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이외에 세종포천고속도로의 지하 터널과도 가까운데, 당시 시공사가 사고 지점은 지하의 암반이 끝나고 흙(풍화토)이 많은 곳이라 특별히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하철 시공사가 그런 세심함을 기울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건 경위를 보면 사고 직전 지하철 터널 공사 인부들이 천장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대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지하수 유출이나 지반 약화에 대해 공사 현장의 대책이 부족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인부가 대피할 정도라면 최소한 상부의 도로는 통제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앞으로 기초의회가 해야 할 일


26일 오전 저는 다른 의원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희생자의 빈소를 다녀왔습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고인의 영정에 예를 올리고 유족들을 만나 사고수습 과정과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강동구 땅꺼짐 희생자 빈소 @이희동


현재 유족들이 가장 이해 못하는 점은 사고 원인 파악 전에 사고 현장을 복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사고 원인 조사 후 현장을 복구한다고 보도했는데, 서울시와 강동구청은 찾아와서 현장을 복구한 뒤 경찰에서 원인 조사를 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한 듯 보입니다.


또한 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행정의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그동안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강조하며 대선에 유리한 보여주기식 행정에 힘써왔습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 역시 이에 발맞추어 한강 스카이워크 등을 서울시 사업에 끼워 넣으며 숟가락을 얹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내실은 엉망이었습니다. 이번 강동구 땅꺼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땅꺼짐 피해 예방을 위해 전국 최초로 '지반침하 관측망'을 시범 운영한다며 '도로혁신TF'까지 신설했는데요, 그 명칭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부디 서울시와 강동구청은 보여주기식 행정 말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기본적인 책무부터 챙기시기 바랍니다. 주민들이 불안해서 민원을 넣어도 아무 이상 없다고 한 결과가 이번 땅꺼짐이라면 그 누가 행정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의회에서 계속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주민들의 삶을 살펴 나가겠습니다.


질문하는 이희동 구의원 @강동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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