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잊힐까봐 두렵다"는 유가족... 적극적 지원책 마련해야
지난 4월 17일 열린 강동구의회 제315회 임시회 본회의는 9대 의회 들어서 처음 진행된 긴급현안질문이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긴급현안질문이란 의원들이 특정 현안에 대해 집행부에게 질의하는 것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24일 벌어진 명일동 싱크홀 사건과 관련하여 구청장과 일문일답을 주고받았습니다.
의원들이 주목한 지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이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전조현상은 없었는가. 둘째, 사건이 벌어진 이후 수습은 잘하고 있는가. 셋째, 이 사건은 막을 수 없었던가.
지하철 공사가 싱크홀의 원인?
첫 번째, 사고 원인에 대한 강동구청장의 답변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5월 31일 국토부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한 사고조사위원회의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그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비록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지하철 공사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크지만, 구청장으로서는 섣불리 이를 공식화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사고조사위원회의 결론에 대한 신뢰입니다. 지금도 서울시 곳곳에서는 싱크홀 혹은 건물의 기울임 현상이 일어나지만 이에 대한 원인을 전적으로 근처 지하공사로 규정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번 명일동 싱크홀과 같이 분명한 사례가 아니면 대부분 노후 상하수도나 오래된 구조물의 문제점 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시행사와 서울시 등의 이해관계를 지적합니다. 시행사는 자신들의 공사가 사고의 원인이 되면 천문학적인 타격을 받고, 서울시는 관리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반면 노후 상하수도가 원인이 될 경우 분명한 책임 주체가 사라지고 부족한 예산의 문제가 됩니다. 모든 사고에 대해 서울시가 노후 상하수도를 먼저 떠올리는 이유이지요.
또한 구청장은 주변 주유소의 균열이나 빗물받이 구멍 등 싱크홀 전조증상과 관련하여 모든 민원을 잘 처리했고, 사고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으나, 이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사고도로가 시 소유이고 책임 주체가 서울시이지만, 지하공사 이후 잦아진 민원에 대응해 서울시와 협업하여 특별하게 관리했으면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억울하고 불안한 유족
두 번째, 사고 수습과 관련하여 구청장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이 역시 아쉬운 대목입니다. 명일동 지역구 김남현 의원(민주당·강동나)이 진행한 사고 주변 상인의 인터뷰에 따르면, 상인들은 강동구나 서울시가 자신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상 등에 관해서도 제대로 들은 이야기도 없고요.
이런 무관심은 심지어 유족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던지, 다음은 유족이 남긴 SNS의 일부입니다.
(진행 과정을) 유가족이 직접 연락해야 말해준다.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현실이 두렵고 괴롭다......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보상에 관해서도 서울시나 강동구에서 이제 연락은 안 온다......
슬슬 시간이 흘러갈수록 불안한 마음만 커진다. 정말 이대로 그냥 잊혀질까봐. 너무 억울하고 또 억울하고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강동구 일대에서 싱크홀이 계속 발생 중이다. 얼마나 더 큰 피해가 생겨야 이 잘못된 것들이 고쳐질까. - 4월 14일 유가족이 SNS에 올린 내용
그리움보다 죄책감이 크지 않기를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유행입니다. 1950년대부터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제주도민 3대에 관한 작품인데 전 세계적으로 인기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그 상투적인 언사가 결코 헛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감정이 보편적이고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인데요, 그중 한 축으로 모든 시청자를 울리는 감정이 바로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입니다.
"살수록 사무치는 게 부모여도, 결국 명치 끝에 박혀 사는 거는 자식이라. 부모는 하늘로 보내도 자식은 죽으면 여기서 살린다. 영 못 죽이고, 여기서 살려."
"부모는 추억이 되는데, 자식은 그게 안 돼. 그냥 잠깐 잠깐 잊고 사는 거지."
"자식 잃은 어미는 바다보다 더 운다."
"그리움보다 죄책감이 더 크면 추억이 안돼."
이 대사들이 사람들의 귀에 절절하게 박히는 것은 우리가 모두 측은지심의 본성을 가진 사람이며, 모두가 그 아픔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앞세우는 부모만큼 참담한 심정이 또 있을까요.
따라서 강동구에 요청합니다. 유가족이 그리움보다 죄책감이 크지 않도록 이번 참사에 더 큰 관심을 쏟아주길 바랍니다. 서울시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방관하지 말고, 최소한 특별팀이라도 꾸려 이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여 그들을 위로하고 보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처구니없이 명을 달리했는데 그냥 잊혀질까봐 두렵다는 게, 억울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부디 강동구는 좀 더 세심하게 유가족과 소통하길 바랍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앞서 지적했던 세 번째 문제, 과연 싱크홀을 막을 수 없었는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계속해서 지적되었던 지반침하의 문제, 과연 누가 왜 이 경고를 무시했을까요?
#강동구싱크홀 #강동구의회 #이희동구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