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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래된 미래 혹은 다가올 과거를 만나다

충남 서천군 판교마을

by 한량바라기

충남 서천 판교마을은 시간이 멈춘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곳의 우시장은 1930년대 광천, 논산과 함께 충남 3대 시장 중의 하나로서 많은 사람들로 붐볐던 곳인데요, 지금은 그 전성기를 뒤로하고 마을 전체가 우리네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는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고 입소문이 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마을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산업화시대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예전의 명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오시던 통닭을 팔던 옛 통닭집부터,

한때 명절에는 100여 명씩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는 옛 방안간,

2000년도까지 3대째가 운영했던 곳으로 지역의 융성함을 증언하는 동일주조장,

새마을운동 당시 설립되어 극장으로 이용되나가 호신술 도장으로도 사용되었던 옛 극장,

일본 부호들이 지어 쌀가게와 사진관으로 이용되었던 적산가옥까지.


마을 곳곳을 누비다 보면 과연 내가 지금 어느 시공간에 와 있는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잘 갖춰진 스탬프 투어 시스템은 관광객의 이해를 돕고 있지요.


그러나 직접 가서 마을을 둘러보고 있자니 그곳에서 살고 있는 분들께 죄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분들을 우리가 과거의 유산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결국 우리의 현재도 궁극적으로는 저런 모습으로 퇴색될 것인데, 우리의 현재를 저렇게 화석화 시키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하는 자괴감이 약간 드네요.


그래도 서천 판교마을 여행을 추천합니다. 그곳에서 우리의 오래된 미래와 곧 다가올 과거를 둘러보시고 현재를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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