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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바라기 Jun 03. 2020

동작구 효사정은 누가 복원했을까?

흑석동 효사정의 비밀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한강변에는 효사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88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다 보면 갑자기 불쑥 솟은 바위언덕 위에 정체모를 정자 하나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효사정입니다.


효사정은 조선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공숙공 노한의 별장입니다. 노한은 1391년 16세에 출사하여 1403년(태종 3년)이었던 33세에 한성부윤, 58세에는 대사헌을 거쳐 우의정에 오른 인물로서 한때 처남이었던 민무구·민무질 형제 탄핵 때 연좌되어 파직되었지만 세종 4년 상왕 태종의 배려로 복관되었습니다.


효사정은 당시 효의 상징으로도 유명했는데요, 이는 노한의 행적과 관련이 깊습니다. 노한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노량진 한강변에서 3년간 시묘를 한 뒤 묘지 북쪽 바위언덕 위에 효사정을 세워 수시로 올라가 모친을 그리워하고, 멀리 북쪽 개성에 묻힌 아버지를 추모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조선 조정은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했을 겁니다. 효는 조선의 가장 중요한 이데올로기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역사적 배경보다도 개인적으로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으니, 그것은 1993년에 복원된 효사정의 현판 글씨가 바로 공숙공 노한의 17대손인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 노태우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필 조선 성종 때 헐린 효사정을 몇 백 년이 지나 노태우 정권 때 복원한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효사정은 한강을 끼고 있는 정자 중 경관이 제일 좋은 곳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곳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한강 너머 용산 동부이촌동과 그 뒤의 남산타워가 잘 보이고 시원하게 흐르는 한강 위로 한강철교와 한강대교가 멋있게 뻗어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한번쯤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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