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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은 분명한 해당행위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by 한량바라기

이재명 당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속으로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던 일이 결국 발생했습니다.


조금씩 드러나고 있듯이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은 소위 ‘수박’이라고 불리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배신으로 완결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월 총선의 당선을 목적으로 공천에 걸림돌이 되는 이재명 대표의 퇴진을 요청했을 것이고,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자 쿠데타를 기획했을 것입니다.


참담합니다. 비통합니다.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뽑은 대표를 국회의원이 버리다니요. 이는 명백한 해당행위이며, 윤석열 정부와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에 대한 기만입니다. 일신의 영달을 꾀하기 위해 당대표를 정치 검찰한테 팔아넘긴 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대표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대표 때문에 총선이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판단 역시 당원들의 몫이며, 국민을 대상으로 당원들이 감수하고 짊어질 십자가입니다. 국회의원 몇몇이 익명에 기대어 비겁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시대는 검찰독재로 더더욱 엄혹해지고 있는데 그 검찰에게 날개를 달아주다니요. 가결을 투표했던 의원들은 떳떳하게 자신을 밝히시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못하면서 무슨 국민을 대변한다고 주장합니까.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상황을 마냥 절망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엄청난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정치인 이재명에게 순교자의 이미지가 더해졌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은 아직까지도 진보진영에서는 수난과 극복의 영웅서사를, 보수진영에서는 압도적이고 폭압적인 권력행사의 영웅서사를 보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김대중이나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려봅시다. 그들도 항상 배신당했고,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평생을 빨갱이 사냥을 당했고, 평생을 고졸 왕따를 당했으며,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스토리텔링의 정점은 내부의 적입니다. 밖에서 맞는 총 보다는 뒤에서 찌르는 칼이 더 아프기에 사람들은 이를 더 주목합니다.


그동안 이재명은 여의도로부터 무시를 당해오던 아웃사이더였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는 단식으로 얻지 못하던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오히려 민주당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구속이 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그는 여전히 당대표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고, 우리는 그를 지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내부 총질 드라마는 그동안 이재명을 따라다니던 김부선이나 형수 욕설, 대장동 의혹 등등을 부차적으로 만들 것입니다.


하나, 개혁의 명분을 잡게 되었습니다. 정치는 명분입니다. 의원이 되고 보니 그 말이 더욱 절절합니다. 결국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며, 마음은 이익이 아니라 명분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익으로는 소수를 현혹할 수 있으나, 다수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이제 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어설픈 타협을 위해 눈치 보며 펴지 못했던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면 됩니다. 항상 이야기했던 억강부약의 정치로 대동세상을 만들기 위해 당원들의 중지를 모으면 됩니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아가 국민들과 대면하시기 바랍니다. 그 뒤는 우리 당원이 지킬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당원들이 충격과 분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냐며 탈당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지금은 민주당에 남아 이재명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로써 그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내고, 그가 폭압적인 현 정권에 맞서 국민들을 대변하여 싸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영화 <대부>에서 비토는 마이클에게 말했습니다.

“바르지니와의 타협을 주선하는 놈, 그놈이 배신자다. 명심해라.”

어설픈 타협을 주선하고, 탈당을 부추기는 놈, 그 놈이 배신자입니다. 명심합시다!


p.s: 한때 정의당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시민으로서 밝힙니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연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대정신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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