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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oon Oct 10. 2019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20억 달성의 의미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정식 OST 발매 프로젝트

최근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업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보상형(리워드) 펀딩에서 역대 최대 모금액을 달성한 프로젝트가 나온 것인데요.  달빛 천사라는 애니메이션의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타이틀만 봐도 텀블벅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느낌이 옵니다. 현재(10월 10일) 기준으로 마감까지 13일 남은 시점에 총 모금액은 2,090,710,915 원 입니다. 


https://www.tumblbug.com/yongshin/community/5b47b24f-7170-4521-b5bd-414def65e54b

(최근 마케팅 강화를 위한 대시보드 업데이트 때문인지 링크가 깔끔하진 않네요.)

@텀블벅

지금까지 최대 모금 기록은 와디즈에서 진행했던 베이직북14 프로젝트였습니다. 대기업에서 제작한 노트북 못지 않은 스펙임에도 2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큰 관심을 받아 총 2,023,334,000 의 모금액을 달성하였습니다. 깨지기 어려워 보였던 20억의 기록이 불과 1년도 안되어서 경신된 것인데요. 그만큼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성장했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29032

@와디즈




우선 달빛천사 OST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해드리자면,


달빛천사는 2002년에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는 2004년 경에 방영되었습니다. 주인공이 가수로 나오는 만큼 OST 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OST 6곡 중 국내 방영사인 투니버스가 제작한 오프닝곡을 제외한 나머지 5곡은 일본곡이기 때문에 국내에 정식발매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나머지 곡들은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15년의 시간이 지나 올 6월 이화여대 축제에서 당시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 이용신님이 달빛천사 OST를 부른 유튜브 영상이 입소문을 탑니다. 영상을 본 달빛천사 팬들이 달빛천사 OST 제작을 요청하였으나, 한 곡당 200만원에 달하는 라이센스 비용 및 믹싱 등의 제작 비용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개설하게 되었고, 기획 당시 1,000 장이나 나갈까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용신님의 말마따나 화력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불을 질러 버린 것입니다.


@텀블벅, 리워드 이미지

사실 개인적으로 상세페이지를 보다 잠깐 추억에 빠져들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용신님은 제가 기획팀으로 있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개인 앨범을 제작해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담당하진 않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관련 기사를 보고 '오, 이용신님이 펀딩 다시 하시네' 하고 상세페이지를 보다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면서 잠시 추억이 몽글몽글하였습니다. 



텀블벅 달빛천사 OST 제작 상세페이지 중


달빛천사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클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품이 아닌 창작물이 역대 최대 금액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뭐가 어때서?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국내에서 핫한 크라우드 펀딩 분야를 크게 나누어 보면 제품(제조)과 창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품의 경우 와디즈가 독보적이며, 창작 분야에서는 텀블벅이 독보적이죠. 사실 창작 분야의 경우 제품보다는 펀딩 받을 수 있는 모금액이 제품에 비해 한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창작 분야의 경우 주로 창작자의 팬덤이 주 펀딩층이기 때문입니다.

텀블벅과 와디즈 모두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만큼 프로젝트 성격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딱 잘라 구분할 수 없지만 플랫폼의 성향을 반영하여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A 라는 뮤지션이 앨범 제작비를 펀딩 받는다 라고 한다면 A 뮤지션의 팬덤이 주로 펀딩을 할 것이고, A 를 잘 모르는 분들은 관심이 없겠죠. 하지만 제품의 경우 셀링포인트가 분명하고, 홍보 채널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무제한으로 펀딩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말은 상품을 판매하듯이 펀딩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 모금액의 절대적 기준으로 봤을 때 창작 분야는 제품 분야에 비해 큰 금액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희 또한 문화/예술 분야로 포지셔닝 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최근 와디즈가 광폭 행보를 하고 상황인데요. 이를 반영하듯 최근 추세를 살펴보면 19년 초를 기점으로 와디즈의 관심도가 텀블벅을 넘어서며 점차 텀블벅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구글 트렌드


이런 상황에 창작 분야에서 역대 최대 모금액 달성은 텀블벅이 한숨 돌리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창작은 돈이 안된다는 인식을 깨뜨리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다만, 텀블벅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한숨 돌린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지속적으로 어떻게 끌고 갈지는 계속된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측의 전략 또는 기획 하에 나온 케이스가 아니라 외부에서 인입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크라우드 펀딩이 본래의 취지를 잃고 너무 유통과 판매 채널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요. 오랜만에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리면서도 신기록을 경신하는 모습을 보며 괜시리 뿌듯하였는데요. (실낱같은 연이 있는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좋은 프로젝트가 나오길 바라며, 저 또한 좋은 프로젝트를 도울 수 있는 일이 많이 생기길 희망합니다.


위드스타트 / 크라우드 펀딩 컨설팅 

www.withst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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