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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북쪽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by 희구

https://youtu.be/mfCKgSN75Tc?feature=shared


강하는 남은 날들 동안 어떠한 감정을 가지며 살아왔을까. 강하가 내내 지니고 있었을 후회랄지 죄책감이랄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이 나를 억눌렀다. 최소한, 적어도 다시는 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말 걸, 그 말만큼은 하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들리는 것만 같았는데, 그 말은 그저 나의 먹먹함에서 나온 바람일 뿐일까. 강하도 곤을 한 번쯤은 다시 만나고 싶었을까. 어떠한 말이라도 전하고 싶었을까.


우리는 종종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마주하고 그때의 당혹감은 우리를 잘못된 선택으로 이끈다. 타인을 다치게 하는 방향으로. 상처를 주는 방향으로. 분명 그를 싫어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데, 그 명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이 감정의 이름을 모른다는 두려움이 언젠가 나를 다치게 할까 봐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인데, 그 마음을 상대방은 끝내 알 수 없다. 조금만 더 솔직해지면 좋으련만. 누군가는 이렇게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그러한 감정을 겪으면 솔직해질 수 없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강하는, 그 감정을 인지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들여야 했을까.

그 양가감정을 받아들인 후, 곤을 얼마나 자주 떠올렸을까.





"보통 사람은 말이지요,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남이 갖고 있으면 그걸 꼭 빼앗고 싶을 만큼 부럽거나 절실하지 않아도 공연히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리어 좋아하기도 하는 모순을 보여요. 양쪽의 세계에 걸쳐진 감정은 서로 교환되거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기껏해야 적정 수준에서의 은폐가 가능할 뿐이에요."



"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강하가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오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그건 차라리 혼돈에 가까운 막연함이라는 걸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 뿐이지 않을까요." -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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