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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by 희구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아슬아슬,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살아간다.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심지어 건강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의 내면에는 소용돌이가 자리 잡고 있다. 속이 어지럽히고 또 갑갑하게 만드는 소용돌이가. 언제 어떻게, 어떤 한 마디에 빨려 들어갈지 아무도 모르는 소용돌이가.


가끔 나는 그 끈을 그냥 툭 놓아버리고 싶다. 이 세상이 너무 추악하고 더러워서, 잊으려 해도 잊히지가 않아서, 내 감정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서. 어느 화장실을 가도 뚫려있는 구멍,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상화, 끊임없이 쏟아지는 범죄와 폭력 기사. 이것들이 주는, 미약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면, 저 경계 너머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자존감을 해치지 않을 수준의 평범함을 찾아 결혼한 남자. 아무렇지 않게 외모를, 몸을 평가하는 남자. 상대방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내세워 관계를 맺는 남자. 손찌검이 일상인 남자. 이들과 함께 살면서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왜 그들은 영혜를, 영혜의 언니를 이해하지 못할까.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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