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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이상 Feb 22. 2021

감정의 상처 ; 괴롭다 외롭다

1초 사색 

아무리 오래 살아도 삶은 늘 불편하다. 삶이 늘 행복해 보이는 이들은 불편함을 애써 의식의 저편으로 밀어 두고 헤집어보지 않을 뿐이다. 나이가 들면 혼자 있는 사람들은 혼자라서 동반자가 있는 사람들은 옆에 있는 이들로 인한 감정의 상처를 토해낸다. 

      

친구들과 여행길 수다 중에 누군가 “외롭다”는 말을 툭 던졌다. 외롭다는 말을 내뱉은 친구의 얼굴에서 ‘그래서 정말 지치고 힘들다’는 지문이 자연스럽게 읽혔다. 나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혼자 버텨내야 한다는 외로움에, 옆에 동반자가 있는 이들은 같이 살고 있음에도 남일 수밖에 없음에 지친다.       


친구의 말이 쓴웃음에서 씁쓸한 박장대소로 이어질 때쯤 또 다른 친구의 “괴롭지 않으면 아직 덜 외로운 거야”라는 촌철살인의 대꾸가 순간 우리를 멈칫하게 했다. 1초쯤의 짧지만 묵직한 적막이 흐른 후 우리는 직전에 중단했던 박장대소의 강도를 높여 시원하게 웃어젖혔다.     

 

외로움은 괴로움보다 감정의 상처가 덜 깊은 상태라는 것이 친구의 해석이었다. 괴롭지 않다면 외로운 것도 사치일 수 있고 아직 살만한 거라는 친구의 말은 ‘처절한 외로움’이 지극히 자기애적 발상일 수 있음을 일깨웠다.

  

인간 진화와 감정의 관계를 분석한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낌의 진화’를 끌어와 보면 ‘외롭다’는 외롭지 않고자 하는 인간의 ‘항상성’ 노력이 ‘괴롭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달성 가능 한 ‘음의 정서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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