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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Dec 03. 2020

사진이라는 열정에 불을 - '해녀와 나'

준초이 사진가의 해녀 사진 에세이 

어떤 이는 사진 권태기가 있다고 한다. 몇 년 찍다 보면 새로 찍고 싶은 사진도 없고 카메라도 사진도 흥미가 떨어져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반대이다. 매년 더욱 사진이 좋아지고 욕심도 많아진다. 사고 싶은 렌즈도 끝이 없고 카메라도 이미 충분히 갖고 있지만 더 갖고 싶은 기기가 있다. 


누군가는 상업 사진을 찍으면 취미로 찍던 사진도 재미 없어지고, 평소에는 사진을 찍지 않고 쉬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반대이다. 상업사진을 시작한 뒤로 더욱 욕심이 왕성(?) 해졌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고, 디지털뿐 아니라, 필름 그리고 35mm뿐 아니라 중형까지 추가해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싶어진다. 일상 사진도 더욱 자주 찍게 된다. 그냥 주변에 카메라를 여러 대를 두고 생각날 때마다 찍는 수준이다.


라이카 CL

책을 손에 들자마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사진도 숨이 멎을 만큼 감동적이지만, 글이... 너무 좋다. 마치 내가 준초이 선생님이 된 듯 빙의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일 년간 제주에 머물고 작품을 얻을 때까지 해녀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중이염이 왔지만, 수중 촬영을 위해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함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에 몰두하기로 하고 오직 해녀들 사진 생각만 하며 제주에서 머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힘들고, 마음이 고통스러웠다. 


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한동안, 준초이님으로 빙의된 마음을 추수리지 못하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리고, 갑자기 내 사진 생활이 부끄러워졌다. 겸손하지 못한 것 같았다.


라이카 CL


어렵게 물질하고 나온 해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이번엔 해녀로 빙의가 되었다. 정말 이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사진만으로도 강렬한 영감을 받았지만, 준초이님의 에세이는 정말 살아서 춤을 춘다. 



10년 이상 갖고 싶었던 카메라를 손에 넣을 때가 기억난다. 가슴이 떨리고 장비가 작품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만, 마치 적토마라도 만난 듯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뒤로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법 상업사진도 자리를 잡았고 내가 찍고 싶은 사진도 자신감을 갖고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뒤로 그저 이런 것들이 잔재주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잔재주가 없으면 진정한 재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단계는 누구나 필요한 단계이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다. 올해 유행하던 말처럼 내 사진에 특이점이 왔으면 좋겠다. 이제부터는 더욱 자연스럽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다시 사진이라는 열정에 불이 활활 타는 느낌이 든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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