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코닥 포트라 400 필름
정확히 일주일 전 오늘 가장 추운 날 한강에서 블로그 이웃을 만났다. 블로그 이웃과 댓글을 주고받다가, 프로필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및 다양한 온라인 매체에서 만난 이웃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인물사진을 모아 나중에 전시회를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 개인 사진전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사진전을 위해서 몇 년간 찍어둔 사진도 있지만, 모아서 전시회를 하기에는 아직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아 번번이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번 주제는 반드시 실천에 옮길 예정이다.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특히 겨울에 추운 한강을 선택한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었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고, 또 카페는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 그러니 조금 넓은 공간에서 사진을 촬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추위는 정말 .. 견디기 어려울 만큼 바람이 많이 불었다. 몸은 따스한 옷이 보호해 주었지만, 황동으로 된 라이카는 점점 더 차가워지고 손가락은 이미 얼어서 감각이 없어졌다. 어렵게 시간을 내준 블로그 이웃을 위해 다양한 컷을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추위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날 촬영한 사진 중 베스트 컷을 소개한다.
내가 원했던 컷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 담긴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세빛섬에 정박해 있던 요트를 바라보고 미래에 요트의 주인이 된 듯한 표정을 부탁해서 얻은 사진이다. 딱히 요트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미래에 꿈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 내가 원하는 컷이 되어 표현되었다.
너무 추워서 털 모자를 계속 쓰고 촬영을 했다. 그런데, 한강을 배경으로 털 모자를 쓰니, 배경만 노출 오버로 날리면 마치 극지방에서 촬영을 한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리고, 필름 컷은 내가 원하는 느낌을 잘 만들어 주었다.
추워서 웃음이 가능할 상황이 아니었으면, 같은 컷에서 살짝 미소를 부탁했다. 그리고 내가 원했던 두 번째 베스트 컷이 되었다.
다시 한번 코로나 시국에, 그리고 엄청난 추위에 약속을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촬영에 응해준 이웃에 감사해본다. 그리고, 그녀의 꿈이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원한다.
필름은 노출오버에 대한 관용도가 무척 좋다. 특히 좋은 필름일수록 더욱 그렇다. 제조사에서는 3 stop까지 오버하더라도 디테일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한다. 이런 말처럼 위 사진은 + 3 stop 오버해서 찍은 사진이다. 얼굴은 털모자 때문에, 노출 오버가 큰 상황은 아니었지만, 배경을 기준으로 보면 +4 stop 정도 오버된 상황이다. 그렇지만, 화이트홀처럼 보기 싫게 날아간 것이 아니라, 화사한 느낌으로 노출 오버가 잘 표현되었다.
혹 인물 사진,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때 포트라 필름을 사용하고 있다면, 노출 오버에 대해서 너무 두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역광에서 잘 모르겠다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한스탑 더 오버해 보자. 과감하게 오버해도 필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