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en King 의 On Reading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가 말하고 싶었다. 내가 영어를 처음 접한 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집에서 우연히 본 Sesame Street TV Show였다. 당시는 미군 방송(AFKN)이 TV에서 나왔는데, 아침 시간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만나게 된 TV Show였다. 딩동댕 유치원과 달리 무언가 인형들이 나와 현실 세계에서 겪는 모험 이야기도 나오고 알파벳도 배우는 TV 프로그램이었는데, 알아들을 수 없어 너무 억울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부모님도 영어에 대해서 잘 모르셨고(당시는 영어 선생님도 영어에 대해서 모르던 시절이니..) 너무 답답했던 나는 꼭 어른이 되면 영어를 말하리라 다짐했다.
그로부터 우여 곡절 끝에 대학생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다. 영어는 늘 전교 아니 전국에서 상위 순위에 있었고 토플/토익도 거의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말하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내린 특단의 조치는 미국 정부에서 만든 이민자들을 위한 카세트테이프로 된 프로그램을 듣는 것이었다. 다양한 이민자가 나와 자국의 엑센트가 있는 영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오디오 드라마였다. (지금은 그 테이프들이 어디 있는지.. 보관해둘 걸 하는 안타까움이..)
내 대학시절에는 영어 듣기로 CNN 방송 듣기 등이 유명했지만, 난 뉴스는 멀리했다. 또 같은 걸 수백 번 반복해서 들으라는데, 이 또한, 피했다. 일단 재미가 없었고, 나는 좀 더 현실적인 영어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대학 4년간(휴학까지 5년간) 매일 4시간 이상 새로운 자료를 듣고 또 들었다.
나의 인생 이야기를 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 나머지 이야기는 또 미래에 이어가기로 한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글쓰기 때문이었다. 사실 난 글쓰기에 자신이 있었다. 모국어 뿐 아니라, 영어도 글쓰기만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사업하며 내 자신감은 근거 없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미국인들과 친해지며 몇몇 가까운 이들에게 내 영어에 대해서 솔직하게 평가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대부분 공통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Spoken English는 꼭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처럼 하는데, Written 은 완전 외국인 같아. 문법도 조금 틀리고 표현도 외국인 같아."
정말 충격이었다. 난 오히려 Spoken English 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Written English를 다시 시작했다. 문법 공부보다는 글쓰기 관련된 책을 읽으며 English Style의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영어를 배우면 익힌 잘못된 표현들이 무의식에 남아 오히려 백지에서 다시 공부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유명한 소설 작가 Stephen King"의 글쓰기 가이드 책이다. 약 1/3은 본인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자서전처럼 나와서 글쓰기 책이 아닌가 의심스러워 목차를 다시 보려고 할 즈음 갑자기 훅 하고 글쓰기 가이드가 튀어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글쓰기란 English Writing이다. 물론, 전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독자에게 전달할 때 작가로서 주의해야 할 점등은 영어의 뉘앙스에서 오는 표현들이 많다. 그래서 문득 이 책의 번역서는 어떻게 이런 부분을 번역했을까 궁금해졌다. (번역서는 아내를 위해 구매했다.)
일단 이 책의 번역은 정말 최고이다. 내가 원서 그대로 책을 읽는 이유는 대부분 번역서의 질이 낮기 때문이었다. 원문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직역하듯 번역한 책은 정말 최악이다. 그런데, 이 책의 번역은 정말 배우고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그리고, 영어의 뉘앙스를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무척 잘 번역이 되어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와 영어가 달라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난 이 책을 English Writing 즉, 영어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만일 아직 원문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면 먼저 번역서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다음 영어 뉘앙스를 이해해야 하는 부분은 반드시 원문을 다시 보길 권하고 싶다.
여기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렸을 때 문법책에서 (성문 기본/종합, 아마 이 책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70년 대생???) "수동태"란 표현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한국어에도 비슷한 표현은 있지만, 영어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This opportunity is given to you because you did your best!"
라는 표현을 보자. 네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 기회가 주어진 거야.. 물론 한국어로도 수동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어의 주어는 여전히 "네가" 즉 "You"이다. 하지만, 영어에서 주어는 Opportunity이다. 주어 자체가 다른 것이다.
나도 모르게 한동안 영어로 글을 쓸 때 이런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마치 내가 수동태를 잘 마스터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하지만, 영어 글쓰기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며, 수동적인 표현은 꼭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모든 표현을 능동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수동적 표현이 튀어나온다.
Stephen King에 의하면, Passive Setence 즉 수동적인 표현은 작가가 Timid 즉 소심하기 때문에, 사용한다고 한다. "This opportunity is given to you because you did your best!" 란 표현은 "You earned this opportunity because you did your best!"라고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자신감 있는 표현이 되는 것이다.
역시 영어 글쓰기 공부를 하기 전에는 부사를 적극 활용했다. 부사는 문맥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tephen King의 표현에 의하면 부사를 사용하는 건 "작가가 자신이 이야기한 대화 부분이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어 부사로 독자에게 해당 느낌을 느끼라고 강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자신의 글에 대한 확신이 없는 나약한 Writer 나 할 짓이란 뜻이다.
예를 들어,
"Put it down!" She shouted.
란 표현은 ("내려놔!"라고 그녀가 소리쳤다) 소리쳤다는 상황임을 문맥에서 알게 해야 하는데, 부사를 이용해서 명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상황을 강제로 주입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Put it down!" she said.라고 바뀌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Stephen King은 이렇게 표현했다.
While to write adverbs is human, to write he said or she said is divine.
그런데, 이런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사를 쓰는 것은 인간적인 일이지만 '그가 말했다','그녀가 말했다'라고 쓰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는 비범한 능력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번역한 말만 읽는다면 (오해하지 말라, 번역자의 번역은 너무나 훌륭하다!!!) 원문의 감동 및 교훈은 전혀 없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어쨌든 이 책은 영어로 글쓰기를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수준은 중/상정 도라 해야겠다. 이제 막 영어 글쓰기에 입문한 초보라면 이 책이 주는 감동/교훈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대상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영어를 읽고 말하고 듣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
◆ 매일 영어를 글쓰기를 할 기회가 있지만, (이메일 혹은 영어 블로그) 현재 표현에 한계를 느끼는 사람
◆ 영어로 글 쓰는데 부담은 없지만, 좀 더 원어민적인 표현을 익히고 싶은 사람
◆ 영어로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은 사람
◆ 영어로 책을 출판할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
모처럼 훌륭한 책은 만난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다. 이 책은 빨리 읽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다시 읽으며 내 것으로 흡수해야 하는 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