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온라인 포럼을 보면, "출사를 가지 못해 찍은 사진이 없어요!" "요즘은 찍을만한 사진이 없어요." 등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이런 말을 보면 상당히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 사진을 찍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래서 그들의 SNS 나 게시물의 사진을 검색해서 보고 종종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말한 특별한 사진이란, 단체 출사를 가서 찍은 풍경 사진이나, 프로 모델을 고용해서 찍은 사진이다.
물론, 풍경 사진이나, 모델 사진이 잘못되었단 뜻이 아니다. 얼마든 본인의 취향대로 원하는 사진을 추구하면 된다. 그런데, 찍을 사진이 없다니... 이는 참 오만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가끔 사진집을 구매하고 보면, 별 대단할 것 없는 사진들이 많이 있다. 유명한 Photographer인 Robert Frank의 사진집 "The Americans"를 보면, 그냥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진들 투성이다. 하지만, 사진집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일관된 주제가 있다. 그리고, 사진을 하나하나 감상하다 보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 막 화려한 사진이라서 "우와~ 대단하다"라고 감탄이 나오는 사진은 아니지만,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사진이다.
혹시 Vivian Maier라는 Photographer를 아는가? 사실 그녀는 살아생전에 아무도 모르던 Photographer이다. 그녀의 직업은 Nanny(보모)이다.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Nanny 일을 하며, 모은 돈은 모두 카메라/필름에 투자했던 사람이다. 그녀의 사진은 별것 없다. 그냥 아이들을 돌보며 찍은 길거리 사진이다. 그녀가 주력으로 사용한 카메라는 롤라이 플렉스이다. 롤라이 플렉스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도록 되어 있다. 마치 내가 갖고 있는 핫셀블라드와 비슷하게 허리 레벨에서 파인더를 바라보는 카메라이다. 이 때문에, 그녀가 가슴 높이에 카메라를 메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도 피사체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진은 매우 과감한 길거리 사진이 많다. 지나가는 행인의 얼굴, 담배를 피우는 노신사, 홈리스가 식사하는 장면 등은 바로 앞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마치 투명 인간이 되어 바라보듯 피사체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얼굴이 담겨 있다.
멀리서만 찾을 것이 아니다. 아빠 진사의 바이블 같은 "윤미네 집"은 딸이 태어나서 시집갈 때까지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이러한 사진집들에 담긴 사진들은 특별한 출사지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다. 또 프로 모델을 고용해서 연출한 사진도 아니다. 오히려 정 반대이다. 집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나, 길거리를 걷다가 마주친 풍경들을 담은 사진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또 그러한 사진을 따라 하는 follower를 만들어냈다. 오히려 연출한 사진은 또는 화려하게 편집한 사진은 볼 때는 신기하고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걸로 그만이다. 내 주변에서 평범하게 만날 수 있는 일상을 사진으로 담는 습관이야말로 "재미있는" 혹은 "좋은"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자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출사지를 가지 못해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다고 투덜거리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생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