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M 필름으로 담은 일본 여행
여행 갈 때마다 고민이다. 이번 여행은 어떤 렌즈를 가지고 갈까? 또는 이번 여행은 어떤 카메라를 가지고 갈까? 필름 카메라가 있기 전에는 디지털 Body 하나와 두 개의 렌즈를 들고 다녔는데, 필름 카메라를 들인 뒤로 필름 카메라는 기본으로 갖고 다니게 되어, 카메라 Body가 두 개가 되어 더욱 고민이다.
물론 사진이 목적인 여행이라면, 원하는 장비를 모두 가져가면 되겠지만, 가족여행이라면 오히려 사진장비가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드디어 일본에 도착했다. 오랜 고민 끝에 렌즈를 하나만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필름을 포기할 수 없다면 Leica M7(필름 카메라)와 Leica M10(디지털카메라) 두대를 가져가고 화각이 35mm 인 렌즈 하나만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화각은 28mm, 35mm, 50mm, 75mm를 갖고 있는데, 이 중 하나의 렌즈만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35mm를 선택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렌즈는 50mm이다. 비록 35mm 는 가장 좋아하는 화각은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너무 좁지도 너무 넓지도 않아 전천후(?)로 이용할 수 있어 선택하게 된다.
화려한 도쿄의 밤, 필름 사진은 감도 400 ISO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밤에 찍기는 어렵다. 그런데, 렌즈를 하나밖에 가져가지 않았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밤에는 35mm를 Leica M10 에 마운트하고, 낮에는 Leica M7에 마운트 하면 되는 것이다.
일본 됴쿄 하면 전철과 택시가 떠오른다. 어딜 가도 균일한 모양의 택시 때문에, 일본에 도착하면 특히 밤이 되면 택시 사진을 찍게 된다. 반면, 이동은 늘 전철로 하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기다리며 전철 사진도 많이 찍게 된다.
플랫폼에서 기다릴 때, 일부러 셔터스피드를 조금 느리게 하며, 지하철이 들어올 때 패닝샷을 찍으면 참 재미있다. 몇 장 찍다 보면, 어느덧 내가 탈 전철이 들어온다.
드디어 아침이 되었다. 눈을 뜨자마자 35mm 렌즈를 Leica M7 필름 카메라에 물려주었다. 첫 장 찰칵!
늘 필름을 걸고 0번 카운트가 되기 전에 몇 장을 같은 프레임으로 찍는다. 0번 이전에 이 한 장을 얻는 느낌은 마치 필름에서 보너스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길거리는 사진 찍기 참 좋다. 정갈한 느낌에 가끔 클래식(포르셰, 미니 쿠퍼 등) 차라도 보게 되면 반드시 사진을 찍는 편이다.
젊을 때는 신주쿠 같은 번화가가 좋았는데, 이제 시간이 흐르니, 이런 여유 있는 공간이 더욱 좋다. 같은 도쿄에서도 유럽풍 카페를 즐길 수 있는 다이칸야마. 필름으로 본 다이카야마는 참 차분하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본 됴쿄는 다양한 유혹의 도시이다. 특히 중고 렌즈를 판매하는 곳에 가면, 상태가 깨끗한 장비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렌즈 아래에 작례 사진을 전시한 경우가 많은데, 사진이 예뻐 더욱 지름신이 쉽게 올 수도 있다.
일본은 후지필름에서 아직 필름을 생산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필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후지필름에서 출시한 필름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도 하다.
다시 어둠이 내리면 35mm 렌즈는 Leica M10 디지털카메라 차지가 된다.
과거 여행을 떠나면 다양한 화각의 사진을 남기고 싶어 오히려 여행 자체에 집중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이 경우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을 보며 여행을 추억(?)을 기억하는 것이 여행이었다면 가볍게 여행을 떠나 사진이 주제가 아니라 부제가 되면 좀 더 여행의 추억을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나도 아직 완전히 욕심을 버릴 수 없어,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두대를 가져갔지만, 만일 렌즈까지 두 개를 가져갔다면, 두대 중 어떤 카메라로 찍을까 혹은 같은 장면을 두대 모두 남길까 등 다양한 고민을 했을 텐데, 낮에는 필름 밤에는 디지털카메라로 같은 화각으로 사진을 찍으니 좀 더 여행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추억이 되는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좀 더 여행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