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이상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내 사진은 비교적 잡식성이다. 상업사진의 경우 인물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공간이 15%, 소품이 5% 정도이지만, 개인적으로 찍는 사진은 정말 잡식이다. 가장 많이 찍는 아들 사진은 주로 인물이 되겠지만, 풍경도 찍고, 소품도 찍고, 공간 및 도시도 사진으로 담아낸다. 카메라가 늘 어깨에 걸려있거나 가방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내가 찍고 싶은 순간이 오면 주저하지 않고 찍는다. 이렇게 하다 보니 통일된 주제가 잘 없다.
미디어도 잡식이다. 흑백, 컬러도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한다. 이뿐 아니라, 디지털, 필름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필름도 35mm뿐 아니라, 중형 필름 120 포맷도 좋아하고 정방형 사진도 좋아한다.
하지만, 작품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적어도 일정 기간 혹은 오래 기간에 걸쳐 같은 주제의 사진은 반복적으로 찍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본인의 스타일을 발견하기도 쉽고, 통일된 작업을 하는 연습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로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 순간 상업 사진을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라고 자신감이 생기는 순간이 온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상업 사진을 도전해 보는 건 좋지만, 최소한의 자질은 갖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장소에서 50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편집을 통해 절반을 남겼다. 그런데, 절반의 사진을 보면서 통일감이 느껴지는가?
통일감이란,
1) 사진의 느낌
2) 사진의 화이트밸런스
3) 사진의 색감
등이 통일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일 스스로 보기에도 몇 장은 비슷하고 몇 장은 다른 느낌이 든다면 아직 상업 사진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비슷한 주제의 사진으로 20~30장 정도 사진을 모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구해보자.
지난 몇 개월간 찍은 사진을 하드 혹은 클라우드 저장 공간에서 꺼내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주제에 대한 사진을 20~30장 정도 모아서 볼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모은 뒤에 이 사진을 인화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사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이 주변 사람들이 내가 보여준 사진들에서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면 주제가 통일된 것이다. 하지만, 몇 장은 비슷하지만, 몇 장은 전혀 다른 주제인 것 같다고 하면.... 글쎄 아직 상업 사진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예쁜 사진을 찍을 것인가?" vs "개성 있는 사진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자.
보통 취미로 사진을 찍을 때는 예쁘고 화려한 사진에 집착한다. 물론, 나도 아직까지 예쁜 사진이 좋다. 하지만, 단순히 예쁘기만 한 사진은 잠깐 눈요기(?)에 그친다. 무언가 의미가 담긴 사진 혹은 개성이 느껴지는 사진을 찍지 못하면 남들과 차별이 있는 사진을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상업사진에는 전혀 뜻이 없는 사람도 위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한번 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사진의 테크닉에 흥미를 갖고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점점 "의미"를 부여하는 쪽으로 고민을 많이 해 봐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테크닉이 담긴 사진도 의미가 없으면 잊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