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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볼 수도 없는데 너무 즐거운 필름 사진

feat. 필름가죽 케이스

by Allan Kim

사람 마음이 참 묘하다. 찍고 바로 볼 수도 없는데 필름 사진은 계속 찍고 싶다. 아니 찍는 행위 자체가 무척 즐겁다. 사실 디지털 사진도 필름처럼 셔터를 누르고 후면 LCD를 보지 않고 다음 샷으로 넘어가면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것과 안 하는 것과 차이 때문일까 필름 쪽이 좀 더 스릴 있고 재미있다.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지난 주말 가죽 필름 케이스에 흑백필름 그리고 서로 다른 감도의 컬러 필름을 넣고 집을 나섰다. 예쁜 액세서리를 갖고 있어서 필름 소비가 헤프게 되었다. 색상별로 빨간색은 주력 필름인 Portra 400 감도, 카키색은 흑백필름 브라운 2개는 그때그때 다른 감도의 필름을 넣는다.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롤라이 흑백 필름은 감도 25의 필름이라 아직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 정말 그림자 없이 쨍한 날 사용하려고 고이 모셔두었다. 이제 이 녀석을 빨간 통에 넣어두고 계속 맑은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감도 25의 필름은 어떤 느낌일까? 2 stop 증감해서 100감도로 찍어볼까? 이런 고민 자체가 무척 즐겁다.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보통 필름을 아끼려고 음식 사진을 필름으로 찍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은 4롤의 필름을 모두 사용할 마음으로 정신줄을 놓고 마구 셔터를 눌렀다. 뭐랄까.. 자유를 얻은 느낌처럼 희열이 느껴진다. 몇 달 전 1년 치 필름을 사 두어 당장 지불하는 비용이 없어 그런지 신난다~~~~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육즙이 갇혀 있어 .. 음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물론, 소중한 필름 사진을 찍을 때 가장 1호 피사체는 아들이다.

니콘 FM2, Kodak Portra 400 필름

찍고 나서 바로 볼 수도 없는데, 찍는 행위부터 며칠 뒤 혹은 한주 이상 뒤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필름 사진이 이렇게 좋을까? 역시 어떤 저명한 마케터의 말처럼 사람 마음은 논리적이지 않다. (구매 심리와 관련된 마케터인데, 사람이 구매할 때 늘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운 감정적인 선택을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나는 이 주장이 필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에도 날씨가 좋으면 또 정신줄을 놓고 필름 사진을 찍어볼 예정이다.

x100v

그나저나, 가죽 필름 케이스를 사용하고 싶어 필름 소비가 더 는 건 아닌지 슬슬 의심해 봐야겠다. 맛있는 것들, 예쁜 것들 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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